지난 6월말 퇴출된 5개 부실은행의 정리작업이 정부지원조건 등을 둘러싸고
인수은행과 정책당국간의 견해차가 커 난항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다. 실적
신탁의 부족금액 보전문제를 비롯 부실리스사 여신인수, 지급보증의 인수범위
핵심예금의 평가, 계약이전비용 분담문제 등 자산 및 부채의 인계인수에
필수적인 조건들이 합의를 보지못한채 쟁점으로 남아 있다고 한다.

부실은행을 인수해야 하는 우량은행 입장에서 보면 가장 유리한 조건을
확보하려는 것은 자기방어를 위해 당연한 일이다. 때문에 나무랄 일도
아니다. 그렇다고 정책당국이 난항의 모든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도 무리다.
인수은행들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자면 국민부담의 증가가 수반되기 때문에
지원규모를 최소화시켜야 하는 것은 당국의 의무이자 고충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피인수은행의 자세한 자산내역이나 정부 재정사정
등을 충분히 고려할 수 없는 현 시점에서 어느쪽이 옳고 그르다는 판단을
내리는 것은 쉽지 않을뿐 아니라 바람직스런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당면한 5개 퇴출은행의 처리뿐 아니라 추가적인 인수합병 등 금융산업 구조
조정과 관련해 정책당국은 다음과 같은 몇가지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우선 부실금융기관의 인수합병이 건전한 우량은행을 동반부실화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퇴출은행을 인수한 국민 주택 신한 한미 하나
등 5개 인수은행들은 금융감독위원회가 5조원이상의 손실을 떠넘기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인수은행의 주장이 전적으로 옳다고 볼 수는 없지만
리스채인수와 실적신탁자산 부족분의 보전 등에서 너무 인색한 지원조건을
받아들이도록 정부가 강요하는 것은 옳지않다. 더구나 국내외 금융환경이
호전은 커녕 오히려 악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어 자칫 인수계약이후의
부실채권발생도 예상보다 늘어날 것이란 우려도 대두되고 있다. 지급보증의
인수범위 등은 그같은 국내외 환경변화를 충분히 감안해 결정돼야 한다.

다음으로 금융구조조정에 대한 정부의 일관된 정책기조유지가 필요하다.
퇴출은행정리에 있어서 정책당국이 당초의 지원약속을 번복하거나 은행에
따라 서로 다른 조건을 적용한다면 결국 정책에 대한 불신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 좀더 명쾌한 기준의 제시가 필요하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금융구조조정을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마무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돈이 은행권에만 머물고 돌지않는 현상은 상당부분 금융구조
조정의 지체때문으로 보아도 무리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정책당국과 은행들
이 지원조치를 둘러싸고 자기주장만을 고집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퇴출은행의 인수인계조건과 관련해 5개 인수은행장과 금융감독위원장이
금명간 이견조율에 나설 것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신속한 절충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