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려오는가 싶던 외국 기업인들이 주춤거리고 있다.

최근들어선 한국투자를 추진하다가 중도에 포기하는 사례마저 속출하고
있다.

정부가 15일 외국기업인들을 대상으로 "외국인투자촉진법 설명회"를 개최해
투자확대를 호소하고 나선 데는 이런 위기감이 깔려 있다.

정부는 일단 세제감면 확대, 투자 인허가 간소화 등 선진국 수준의
획기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손짓을 하고 있지만 외국인들의 반응은 좀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 투자포기 속출 =한국으로 향하던 외국투자가들이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한화에너지의 경우 지난 5월18일 미국의 전력업체인 AES사에 발전부문을
총 8억7천4백만달러에 매각키로 계약을 체결했지만 현재까지 매각절차가
전혀 진척되지 않고 있다.

AES는 계약후 2주일안에 3억7천만달러의 선급금을 지급키로 했으나 일정
수입 보장 등 추가요구를 하며 선급금 지불을 거부하고 있다.

또 다국적업체인 3M은 전북 대불공단에 1억4천만달러를 들여 CFC 대체냉매제
공장을 짓기로 했다가 최근 투자를 전면 보류했다.

이밖에 미국의 포드자동차가 기아자동차 입찰참여를 포기한 것이나 15일
까지 마감예정이었던 한보철강 입찰의향서 제출마감시한이 연기된 것도
외국기업들이 한국에 대한 투자를 망설이고 있는 단적인 사례다.

통계상으로도 외국인투자 감소세는 완연하다.

지난 8월중 외국인 직접투자규모는 4억7백만달러로 지난 7월의 12억3천5백만
달러에 비해 67%나 줄었다.

금년들어 외국인투자가 줄어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 한국경제에 대한 불투명한 전망 =전문가들은 한국경제에 대한 불투명한
전망을 투자유치의 결정적인 걸림돌로 꼽는다.

"외국인들은 아직 투자전망이 불확실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경기회복 여부가 분명치 않은데다 아시아 경제위기로 이 지역 전체의 투자
수요가 줄어들고 있어 더욱 그렇다"(조돈영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투자유치
처장).

"투자문의는 쇄도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상담을 진행하다가도 좀더 두고
보자며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아직도 한국투자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다"(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종합상담실 박봉규 실장)

이런 상황에서 현대자동차 사태 등 노사분규는 외국인 투자유치에 결정적인
타격을 준 것은 물론이다.

독일 보쉬의 경우 한국현지 법인인 캄코의 노사분규가 장기화되자 사업
포기를 비칠 정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 강성 노조도 걸림돌 =외국인들이 한국투자를 꺼리는 또 하나의 이유는
노조 때문이다.

제일 서울은행의 해외매각이 불투명한 것도 금융구조조정과정에서 금융노조
가 강경대응하고 있는 탓이라고 지적하는 이도 있다.

최근 현대자동차 사태가 외국인 투자유치에 결정적인 타격을 준 것은
물론이다.

독일 보쉬의 경우 한국현지 법인인 캄코의 노사분규가 장기화되자 사업
포기 의향을 비칠 정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 외국기업과 국내기업의 눈높이 차이 =최근 H사는 남대문 부근의 빌딩을
3백억원에 팔려고 했지만 상대편에서 2백억원을 제시해 한번 만남으로
상담이 끝나버렸다.

부동산 컨설턴터 양홍만씨는 "국내기업은 땅값과 건축비 등 총투자비를
따지지만 외국인은 오직 투자수익을 기준으로 할 뿐"이라면서 "거품이 더
빠질 때까진 외국인투자유치는 난망하다"고 진단했다.

기업인수합병(M&A)도 마찬가지다.

아직도 대부분 기업들의 재무재표가 국제기준에 맞지 않게 복잡한데다
실무자들 마저 외국인들의 질문에 명확히 대답을 못할 정도로 곳곳이 허술
하다.

<> 신뢰회복이 관건 =한 M&A 중개업체 사장은 "포드가 기아자동차를 포기한
것도 표면적으론 부채탕감 규모를 문제삼았지만 속으론 앞으로 불거져
나올지도 모를 "숨겨진 부채"에 겁을 집어먹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은 제도개선 뿐만아니라 한국이 얼마나 신뢰를 갖고
자기 돈을 투자할 수 있는 나라인지를 피부로 느끼고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야 찾아올 것"이라고 진단한다(한상춘 대우경제연구소 국제경제팀장).

< 차병석 기자 chab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