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부터 1인당 생산성을 외국 선진은행수준으로 맞추라"

금융감독위원회의 지시를 놓고 말이 많다.

금감위가 주문하는 요지는 간단하다.

어떡하든 1인당 영업이익을 2억6천만원 이상으로 끌어올리라는 주문이다.

이에대한 은행원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웃기는 발상"이다.

각 은행 직원수를 올해 40% 감축하라고 지시했다가 반발이 거세자
"선진은행 수준"으로 슬그머니 말을 바꾸었다는 지적이다.

따지고보면 후진적이기 만한 국내은행의 생산성(작년말 1인당 영업이익
1억5천만원)을 하루아침에 선진은행수준으로 끌어올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경기마저 죽을 쓰고 있는 마당에 이익을 배이상 부풀리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직원수를 줄이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금감위의 지시는 "내년까지 직원수를 반으로 줄이라"는 것에 다름아니다.

전국금융노동조합연맹과 제일등 9개은행장들은 지난 14일 밤새도록
이 문제를 놓고 입씨름을 벌였다.

"말도 안된다"는 노조와 "어쩔 수 없다"는 은행장들이 팽팽히 맞섰다.

금융노련 관계자는 "금감위의 발상은 1인당 GNP(국민총생산)를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국민수를 줄이라는 것과 똑같다"고 흥분하기도
했다.

금감위도 이같은 사실을 모를리 없다.

그런데도 "선진은행수준의 생산성"을 강요하고 있다.

금감위와 노조의 대결은 마치 마주 달리는 열차를 보는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하영춘 < 경제부 기자 hayo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