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입찰 조건이 까다로워졌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 채권단은 입찰추진사무국을 통해 현대 대우 삼성
등 응찰업체에 입찰조건을 제시하면서 주식발행초과금을 채무상환용으로
활용할 것과 원금감면의 댓가로 신주인수권을 부여해 줄 것을 요구하는 등
모두 8가지의 조건을 달았다.

채권단은 이 조건을 어길 경우 해당업체를 실격처리할 것을 분명히 해
낙찰이 된다해도 낙찰업체는 운영자금에 대한 부담이 커지게 됐다.

채권단이 내건 조건 가운데 가장 까다로운 부분은 주식발행초과금을 채무
상환용으로 활용하라는 요구.

응찰가를 주식 액면가 이상 써내면 초과분은 채권단이 걷어가겠다는 것이다.

예컨대 A사가 응찰가를 주당 8천원을 써내 낙찰됐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8천원 가운데 액면가 5천원을 제외한 3천원을 채권단이 가져
가겠다는 얘기다.

이 경우를 총응찰가로 따져 보면 1조7천1백36억원 가운데 1조7백10억원을
제외한 6천4백26억원은 채권으로 회수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누가 낙찰을 받아도 응찰금액 가운데 최저응찰가가 넘는 부분을
채권단에 빼앗겨 추가로 운영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원금감면 댓가로 신주인수권을 부여해 달라는 것도 채권단에만 유리한
조건이다.

채권단이 기아 재입찰 조건으로 내놓은 부채원금 탕감규모는 11조8천억
가운데 2조9천2백10억원다.

그러나 채권단이 계산하는 부채원금은 법원에 신고된 부분이고 안건회계법인
의 실사 결과는 12조8천억원으로 나왔다.

채권단과 관계없는 미지급 물품대까지 포함하면 부채는 모두 16조원에
달한다는게 응찰업체들의 분석이다.

이 정도 규모의 부채 가운데 2조9천억원만을 탕감해 주면서 그 댓가로
신주인수권을 달라고 한 것은 채권단이 절대 손해를 보지 않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 김정호 기자 jh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