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금융기관 기업들이 내년 상반기까지 갚아야 하는 외채 규모가 총
2백5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말 외환위기 이후 정부와 금융기관들이 외국에서 꿔왔던 빚을 본격적
으로 갚아야할 때가 닥친 셈이다.

국제금융 여건이 워낙 불확실한데다 최근들어선 경상수지 증가세마저
주춤해 마음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게 전문가들 진단이다.

<> 얼마나 갚아야 하나 =지난 7월말 현재 한국의 외채는 총
1천5백22억6천만달러에 달한다.

이중 내년 상반기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외채는 5백70억1천만달러.

단기외채(만기 1년미만짜리)가 3백83억5천만달러, 장기외채가 1백86억6천만
달러다.

물론 이 돈을 당장 갚아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만기연장이 되는 단기외채는 상환을 늦출수 있다.

특히 단기외채중 1백87억6천만달러의 민간기업 외채는 대부분 수출선수금 등
무역금융이어서 실제로 빚으로 보기 어렵다.

이것을 빼고 국내 금융기관 외채 1백8억1천만달러만 따지는게 옳다.

그중에서도 올 4월 1년 만기연장 한 37억6천만달러는 모두 갚아야 하고
나머지 70억5천만달러는 90% 만기연장을 가정해 7억달러정도만 상환하면
된다고 치자.

그럼 단기외채중 약 44억6천만달러를 내년 6월말까지 갚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 만기연장이 안되는 장기외채(1백86억6천만달러)를 합치면 총
2백31억2천만달러 정도가 실제 내년 상반기까지 상환해야 하는 빚이다.

또 한가지 해외현지법인 차입금을 포함시키면 총 상환금액은 2백50억달러
안팎에 이를 것으로 분석된다.

<> 외환수급에 문제없나 =최근 원화환율이 한때 달러당 1천4백원선까지
오른 것은 기업들이 외채상환을 위해 달러를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란게
정설이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연말께 환율이 더욱 오를 수도 있다고 전망하는 전문가
도 있다.

그러나 정부는 하반기 외환수급에 큰 지장이 없다고 말한다.

첫째 이유로 충분한 가용외환보유액을 든다.

지난 15일현재 가용외환보유액은 4백29억2천만달러.

연말 전망치는 4백50억달러이상이다.

이 정도면 웬만한 달러 수요엔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정부는 믿고
있다.

또 민간기업이나 금융기관의 단기외채는 최근들어 90%이상 만기연장에
성공하고 있다.

비상사태만 벌어지지 않는다면 기업이나 금융기관의 외채상환부담은 견딜만
하다고 정부는 본다.

만약 최악의 경우엔 IMF(국제통화기금) 차입금 상환을 다소 연장할 수도
있어 걱정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하지만 IMF의 가용자금이 바닥을 드러내고 국제금융시장 불안이 가시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의 구상은 너무 낙관적이란 지적도 있다.

< 차병석 기자 chab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