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와의 인력감축 협상이 결렬되자 7개 조건부 승인은행과 제일 서울은행
경영진은 당초 일정대로 인원조정을 강행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부은행은 내주중 명예퇴직을 실시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이에대해 노조는 <>노사합의사항을 파기했으며 <>불성실 교섭으로 일관
했다는 점을 들어 은행장들을 부당노동행위로 고발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 은행장실 점거를 비롯, 노조원을 동원한 장외투쟁도 본격화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

은행원 감원을 둘러싼 노사 마찰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15일 강제연행됐던 추원서 전국금융노동조합연맹 위원장 9개은행
노조위원장 등 경찰에 연행됐던 노조간부들은 불구속 입건돼 16일 풀려났다.

<> 은행경영진 움직임 =주내에 감원등을 담은 이행각서를 금융감독위원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또 일부 조건부승인 은행들은 내주중 명예퇴직을 실시한다는 입장이다.

경영진은 일단 3급이상 비노조원들부터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한다는 방침
이다.

이를위해 은행들은 6개월 내지 9개월치에 해당하는 임금을 명예퇴직금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은행경영진이 이처럼 서두르는 이유는 간단하다.

정부가 조건부승인 은행들의 부실채권을 매입해줄 방침이기 때문이다.

매각규모는 25일께 확정된다.

정부의 공적자금을 받는 것이니 만큼 그에 상응하는 자구노력을 조기에
보여줘야 한다는게 경영진의 입장이다.

시일이 촉박한 것도 한 요인이다.

10월초의 경우 추석 명절과 IMF(국제통화기금)총회가 겹쳐 있어 9월말을
넘기면 인원조정을 불가피하게 10월중순이후로 연기할 수 밖에 없다는 것.

자칫 어물쩍거리면 조정시한(10월말)을 넘길 공산도 크다는게 한 임원의
설명이다.

금감위의 권고에 따라 9개은행은 모두 1만3천여명의 직원을 내보내야 한다.

<> 노조 움직임 =금융노련과 9개은행 노조원 2천여명은 16일 명동성당에서
"강제연행 규탄집회"를 가졌다.

또 금융노련 간부들은 이날 오후 9개은행을 개별 방문, 은행장실을 점거
하는 등 항의시위를 벌였다.

금융노련 관계자는 "상업.한일은행이 지난 13일 이행각서를 전격 제출한
것은 노사합의사항을 파기한 일"이라며 "협상진전을 위해 대안을 제시한
노조와 달리 은행장들은 대안없이 불성실하게 교섭에 임했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은행장들이 부당노동행위를 했다는 얘기다.

금융노련은 이에따라 17일 대표자회의를 거쳐 9개은행장을 지방노동사무소에
고발할 방침이다.

이와함께 19일에는 서울 명동성당에서 모의파업집회도 갖기로 했다.

<> 타결가능성은 =경영진과 노조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극적인
돌파구가 없을 경우 노사대립이 해소될 가능성은 희박한 편이다.

금융계에선 현재의 대립구도가 "강제정리" 대 "절대반대"로 돼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명예퇴직금을 다소 상향 조정하는 방법등을 통해 자발퇴직을 유도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관계자는 "금감위 개입이 없는 상태에서 은행이 자발적으로 명예퇴직을
실시했다면 인원조정이 진작에 끝났을 것"이라며 "은행을 그만두고 싶어하는
은행원들이 상당수 된다"고 말했다.

< 이성태 기자 ste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