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환율과 금리가 오름세를 보이면서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 작년 외환위기이후 정부와 금융기관이 외국에서
꿔온 빚을 연말께부터 갚아나가야 하기 때문에 외환수급에 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시각도 없지만은 않다.

재경부는 외환위기가 재연될 우려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내년 6월까지
갚아야할 장.단기외채 원리금은 2백50억달러 안팎이나 가용 외환보유고가
4백29억달러에 달하고 경상수지도 흑자를 나타내고 있어 문제될게 없다는
얘기다.

국제금융시장에서 비상사태만 빚어지지 않는다면 외환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우려가 없다는 재경부 분석은 설득력이 있다. 재경부는 단기외채중
90%가 연장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제아래 내년 상반기까지 갚아야할 외채를
2백50억달러로 추산했는데, 만기연장률 90%는 최근 추세로 볼때 결코 지나
치게 높게 잡은 숫자가 아니라고 외국환은행 관계자들은 밝히고 있다.

최근들어 나타나고 있는 환율 오름세는 외환수급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우려때문이라기 보다는 원화가 고평가돼있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또 러시아사태 이후 아시아통화들이 전반적으로 약세를 기록하고
있기도 하다.

환율상승은 금융시장에 심리적으로 좋지못한 영향을 미친다는 측면이
있지만, 수출 등을 감안할 때 1천4백원정도는 돼야한다는 주장도 무역업계쪽
에선 강하다. 최근의 오름세를 지나치게 우려할 일만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외국금융기관간에도 연말 환율전망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달러당 1천5백원
에서 1천2백원까지 제각기 다른 전망이다. 민간기업들이 외채상환을 위해
대량으로 달러를 매입해야하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고 있고 또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옳지 않다. 거주자외화예금이 종금사예치분을
합치면 1백50억달러에 달한다는 점도 민간기업들의 대량 매입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반증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실세금리가 다소 오르리라는 것은 국채 대량발행 등으로 어느정도 예측됐던
일이다. 국채발행으로 실세금리가 오르기 전에 회사채를 발행, 자금을 확보해
놓으려고 나선 대기업들의 움직임도 금리 상승에 한 몫을 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외평채금리가 국내금리를 웃도는 등 내외 금리가
역전된 것도 실세금리 상승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은 분명하다.

그런저런 점을 감안하면 최근의 금리 환율움직임과 관련, 지나치게 금융
시장상황을 우려하는 것은 꼭 옳은 반응이라고 하기 어렵다. "제2의 환란
우려" 등 지나친 걱정은 오히려 그 자체가 금융시장안정을 위해 바람직하지도
않다. 거듭 말하지만 국제금융시장에 비상사태가 생기지 않는 한 외환위기가
재연될 까닭이 없다는 재경부 주장은 정말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