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위불능사
내왈오행이면 여진구체

나라가 위태로운 때에 죽지는 못하고 "내가 다행이 죽음을 면하였다"고
말하니 너는 그야말로 돼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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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천야록"에 있는 말이다.

을사보호조약이 체결되던 날 한규설의 사위 이근택이 조정에서 돌아와 집안
사람들에게 자기는 이제 죽음을 면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하였다.

이 말을 들은 이근택의 아내의 몸종이 이근택을 보고 개 돼지와 다름없다고
호령 욕설을 퍼붓고 그날로 그 집을 뛰쳐 나갔다는 일화가운데 한토막이다.

몸은 비록 하층 노비출신이지만 그 기개가 가히 하늘을 찌를 만하다.

나라를 지켜야 할 책임을 졌던 사람들이 나라를 망쳐 놓고도 살아남아 훔친
나라 돈으로 영화를 누린다면 그는 차라리 개 돼지만도 못한 부류다.

< 이병한 전 서울대 교수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