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산기술상 받은 안철수씨 ]]

"컴퓨터의 슈바이처" "컴퓨터 퇴마사" "컴퓨터의 히포크라테스" "해커
최대의 적"

컴퓨터 의사 안철수(36.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장)씨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다.

안 소장은 의학박사 학위까지 받은 진짜 의사다.

하지만 치료대상은 사람이 아니라 컴퓨터.

컴퓨터 바이러스라 불리는 악성 프로그램과 싸우는 "컴퓨터 전사"다.

안소장이 컴퓨터 바이러스와의 전쟁에 출사표를 던진 것은 88년.

서울대 의대 박사과정 재학중 자신의 디스켓이 "브레인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을 알고 밤을 새워가며 치료프로그램을 만들어 냈다.

그가 컴퓨터 바이러스를 상대로 백신 개발에 골몰한 것은 의학도로서의
사명감 때문.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질병만큼이나 컴퓨터 바이러스는 우리사회 정보화에
치명타를 날린다는 생각에서였다.

안소장은 백신 프로그램의 세계적인 권위자로 통한다.

그가 개발한 "V3"시리즈는 선진국에서도 그 우수성을 널리 인정받고 있다.

안소장이 이처럼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은 "기초에 충실한다"는 그의
신조에서 비롯됐다.

중.고등학교 시절 그에게는 교과서가 전부였다.

교과서만 제대로 이해하면 풀지못할 문제가 없다는 생각이었다.

이런 생각은 모든 생활에 그대로 적용됐다.

바둑이나 컴퓨터를 배울때도 마찬가지였다.

한달간 바둑책 50여권을 탐독한 결과 1년도 안돼 아마 2급 수준에 올랐고
컴퓨터를 사기 전 1년간 각종 책을 읽으며 기초를 닦은 게 오늘의 그를 있게
한 것이다.

안소장은 백신 프로그램으로 떼돈을 벌거나 "한국의 빌게이츠"가 되보겠다는
거창한 욕심은 없다.

다만 컴퓨터 이용자가 아무런 불편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자신의 능력을
베푼다는 것 뿐.

따라서 주위에서는 그를 두고 "컴퓨터를 대상으로 인술을 펼치는 사람"으로
부르고 있다.

안소장의 이같은 철학은 실제 사업과정에서 그대로 투영된다.

사업이란 한마디로 이윤창출이 목적이다.

그러나 안소장에게는 이와는 다른 독특한 생각이 있다.

"개인의 경우 컴퓨터를 이용해 돈을 버는 사람이 적기 때문에 백신
프로그램을 무료 제공하지만 기업이나 공공기관은 컴퓨터가 돈을 버는 도구로
사용되므로 돈을 받아낼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안소장은 이런 생각에서 지난 10여년동안 백신프로그램을 공개프로그램
형태로 제공, 개인이용자가 무료로 쓸수 있도록 배려했다.

최근 경제불황으로 시장이 위축되고 있지만 안소장의 이같은 신념에는
변함이 없다.

안소장이 내놓은 백신 프로그램은 국내 시장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

세계가 인정하는 제품성능 덕분이다.

안소장은 그러나 여기에만 결코 안주하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개인적으로는 바이러스 백신시장이 커진 만큼 전문경영인으로 변신할 때가
됐다고 봅니다.

최근에 미국 펜실베니아 공대와 워튼스쿨에서 개설한 경영공학석사학위
(테크노MBA)를 받은 것도 이때문이죠.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프로그램으로 세계시장을 장악하는
것입니다"

안소장은 세계 진출의 첫 관문으로 중국과 동남아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백신 프로그램의 본거지인 미국에 진출, 바이러스
백신 프로그램의 명성을 날리겠다는 생각이다.

안소장이 세계를 상대로 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셈이다.

< 양준영 기자 tetriu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