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리포트] '그린스펀 파워'의 원천 .. 절묘한 대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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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FRB 의장이구나"
"과연 그린스펀은 달라"
지난주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
의장을 두고 이런 탄성이 절로 튀어나왔다.
그의 말 한마디 한 마디에 세계 증시의 주가가 춤을 추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96년 12월에도 "잘 나가던" 주가를 돌연 곤두박질치게 만든 적이
있다.
증시가 지나친 급등세를 계속하자 "비이성적 활황(irrational exuberance)"
이란 경고음을 냄으로써 한 호흡을 고르게 했던 것이다.
국제 금융계는 그린스펀의 그같은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지에 새삼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에서 FRB 의장은 대통령에 버금가는 자리로 비유된다.
경제의 모든 부문이 시장 자율에 맡겨져 있는 미국에서 동원 가능한 정책
수단은 FRB가 관장하고 있는 금융 부문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제 금융계가 주목하는 그린스펀 의장의 "힘"은 제도적으로 주어진
영향력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보다는 경제의 흐름을 정확히 짚어내고 시의 적절한 조치를 내놓는 실력
에서 우러나오는 자연적 권위에 더 주목하고 있다.
그린스펀 의장이 최근 2년간 7차례의 금리 인상과 3차례의 금리 인하를
되풀이 했음에도 정책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오히려 더 높아만 가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세기의 "반 인플레주의자"(inflation fighter)로 불리는 그린스펀의 매력은
소신과 유연성의 절묘한 조화에 있다는 지적이다.
급격한 변화보다는 점진적인 정책 이행을 선호하고, 권위를 내세우기 보다는
설득과 논리로 이해 관계자들을 제압해 나가는 수완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
이다.
94년 초부터 금리를 3%포인트 인상할 때 7차례로 나누어 올림으로써 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했던 것은 유명한 일화다.
골수 보수주의자이며 공화당원인 그가 클린턴의 민주당 행정부에서 입지를
굳건히 하고 있는 것도 이런 수완과 무관하지 않다는게 미 금융계의 분석
이다.
92년말 클린턴이 대통령에 당선되자 월가에서는 87년 레이건의 공화당
행정부에 의해 FRB 의장에 임명된 그린스펀이 어려운 처지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대두됐었다.
그러나 그건 기우일 뿐이었다.
그린스펀은 클린턴이 취임하기 전 아칸소로 날아가 대통령 당선자와 밀담을
나누며 호흡을 조율했다.
그 몇주후 신임 대통령의 첫 연두교서 발표 석상에서는 부통령과 재무장관
을 제치고 대통령 부인의 옆 자리에 앉는 정치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런 그린스펀에 대해 4반세기 동안 워싱턴 정가를 드나들면서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정치 세계를 꿰뚫은 결과가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골수 공화당원인 그가 지난 3월 클린턴에 의해 FRB 의장에 3연임된 것이
그 반증의 하나일 수 있다.
민주당계인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과 매주 목요일 자신의 전용 식당에서
조찬을 함께 하는가 하면 민주당의 중진 의원들과 테니스를 같이 치는 등의
친화력도 빼놓을 수 없는 그의 장기다.
"정치를 알고 이에 능란하게 대응함으로써" 중앙은행의 위상을 높이고
미국 경제를 "정치 무풍지대"의 반석 위에 올려 놓은 그린스펀.
클린턴 대통령의 섹스 스캔들로 미국 정치권이 태풍 속에 휩싸여 있는 데도
미국 경제계가 굳건히 버티고 있는 이유를 알만 하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1일자 ).
"과연 그린스펀은 달라"
지난주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
의장을 두고 이런 탄성이 절로 튀어나왔다.
그의 말 한마디 한 마디에 세계 증시의 주가가 춤을 추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96년 12월에도 "잘 나가던" 주가를 돌연 곤두박질치게 만든 적이
있다.
증시가 지나친 급등세를 계속하자 "비이성적 활황(irrational exuberance)"
이란 경고음을 냄으로써 한 호흡을 고르게 했던 것이다.
국제 금융계는 그린스펀의 그같은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지에 새삼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에서 FRB 의장은 대통령에 버금가는 자리로 비유된다.
경제의 모든 부문이 시장 자율에 맡겨져 있는 미국에서 동원 가능한 정책
수단은 FRB가 관장하고 있는 금융 부문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제 금융계가 주목하는 그린스펀 의장의 "힘"은 제도적으로 주어진
영향력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보다는 경제의 흐름을 정확히 짚어내고 시의 적절한 조치를 내놓는 실력
에서 우러나오는 자연적 권위에 더 주목하고 있다.
그린스펀 의장이 최근 2년간 7차례의 금리 인상과 3차례의 금리 인하를
되풀이 했음에도 정책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오히려 더 높아만 가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세기의 "반 인플레주의자"(inflation fighter)로 불리는 그린스펀의 매력은
소신과 유연성의 절묘한 조화에 있다는 지적이다.
급격한 변화보다는 점진적인 정책 이행을 선호하고, 권위를 내세우기 보다는
설득과 논리로 이해 관계자들을 제압해 나가는 수완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
이다.
94년 초부터 금리를 3%포인트 인상할 때 7차례로 나누어 올림으로써 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했던 것은 유명한 일화다.
골수 보수주의자이며 공화당원인 그가 클린턴의 민주당 행정부에서 입지를
굳건히 하고 있는 것도 이런 수완과 무관하지 않다는게 미 금융계의 분석
이다.
92년말 클린턴이 대통령에 당선되자 월가에서는 87년 레이건의 공화당
행정부에 의해 FRB 의장에 임명된 그린스펀이 어려운 처지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대두됐었다.
그러나 그건 기우일 뿐이었다.
그린스펀은 클린턴이 취임하기 전 아칸소로 날아가 대통령 당선자와 밀담을
나누며 호흡을 조율했다.
그 몇주후 신임 대통령의 첫 연두교서 발표 석상에서는 부통령과 재무장관
을 제치고 대통령 부인의 옆 자리에 앉는 정치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런 그린스펀에 대해 4반세기 동안 워싱턴 정가를 드나들면서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정치 세계를 꿰뚫은 결과가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골수 공화당원인 그가 지난 3월 클린턴에 의해 FRB 의장에 3연임된 것이
그 반증의 하나일 수 있다.
민주당계인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과 매주 목요일 자신의 전용 식당에서
조찬을 함께 하는가 하면 민주당의 중진 의원들과 테니스를 같이 치는 등의
친화력도 빼놓을 수 없는 그의 장기다.
"정치를 알고 이에 능란하게 대응함으로써" 중앙은행의 위상을 높이고
미국 경제를 "정치 무풍지대"의 반석 위에 올려 놓은 그린스펀.
클린턴 대통령의 섹스 스캔들로 미국 정치권이 태풍 속에 휩싸여 있는 데도
미국 경제계가 굳건히 버티고 있는 이유를 알만 하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