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보험 신용카드사 등은 올 상반기에만 무려 11조8백29억원의 가계대출
을 회수했다.
조흥 상업 제일 한일 서울 외환 신한 등 7대 시중은행의 가계 연체대출금은
올들어 지난 7월말까지 8천억원 증가했다.
연체대출비율은 작년말 4.0%에서 8.4%로 배이상 높아졌다.
IMF(국제통화기금)체제로 가뜩이나 월급이 깎이는등 소득이 줄어드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기관들마저 대출을 거둬들이고 있으니 가계는 죽어날수
밖에 없다.
집을 뛰쳐나와 거리로 나앉는 홈리스(Homeless)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개인들이 도저히 금융빚을 갚을수 없으니 이를 면제해 달라고
요청하는 방법은 없을까.
답은 "있다"다.
바로 "소비자파산제도"가 그것이다.
소비자파산제도는 다른게 아니다.
국가가 채무를 제때 못갚을때 행하는 "채무불이행(모라토리엄)"이나 막다른
골목에 몰린 기업이 택하는 "부도"와 같은 제도다.
소비자파산은 개인이면 누구나 신청할수 있다.
회사가 부도나거나 해고당한 샐러리맨, 자영업자, 가정주부, 학생 등도
가능하다.
친척이나 친구의 빚보증을 선뒤 도저히 갚을 능력이 없을때도 신청할수
있다.
신청장소는 거주지 민사지방법원이다.
소비자파산 신청을 받은 법원은 크게 두가지 결정을 내린다.
만일 재산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엔 "파산관재인"을 선임한다.
파산관재인은 신청자의 재산을 정밀히 조사, 채권자에게 균등 상환한다.
빚잔치를 벌이는 셈이다.
신청자의 재산이 한푼도 없을 경우엔 파산신청을 받아 들인다.
파산자로 선고되면 모든 채무에 대한 상환의무가 없어진다.
빚을 갚지 않아도 된다.
대신 공민권이 제약되고 금융거래가 금지되는 등 각종 권리를 상실하게
된다.
그러나 파산자가 법원에 면책신청을 하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모든
권리가 다시 되살아난다.
소비자파산신청이 처음 받아들여진건 지난 97년5월 서울지방법원 민사
50부에 의해서였다.
재판부는 친정오빠의 빚보증을 선 현모씨를 파산자로 선고했다.
현씨는 파산선고로 1억8천3백만원의 빚을 갚을 의무가 없어졌다.
IMF이후 파산신청자는 줄을 이어 서울지법에만 1백10여건이 신청됐다.
이중 40건에 대해선 파산선고가 내려졌다.
< 하영춘 기자 hayo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