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의 "딥블루"라는 슈퍼컴퓨터가 체스 세계챔피언을 꺾었다고 해서 화제가
된적이 있다.

두뇌게임인 체스에서 인간을 이겼다는 것은 컴퓨터가 지적인 능력에서
인간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상징이 아닐까 하는 것이었지만, 딥블루는 초당
2억회의 연산을 통해 가능한 모든 수를 검토하는 기계일뿐 스스로 배우거나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는 능력은 없다고 한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컴퓨터가 인간을 따라잡지 못하는 한계가 바로 학습
능력과 창의성이 아닌가 한다.

산업사회에서 정보화사회, 지식사회로 이행될수록 가장 큰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생산자원은 인간의 창의성이라고 한다.

창의적인 능력은 어떻게 길러질 수 있을까.

미국 초등학생 16명에게 "벽돌"의 용도를 물었더니 화분받침대, 종이
누르기, 못 박기, 강도 잡기... 등 무려 152가지의 다양하고 기발한 답이
쏟아져 나온 반면 우리나라 대학생 150명에게 같은 질문을 했더니 "집 짓는데
쓴다"는 1가지 대답만 나오더라는 얘기가 있다.

다소 과장된 내용일지 모르지만 그만큼 획일적인 사고방식과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기 힘든 우리의 교육환경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할 것이다.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유연한 사고와 함께 창의력을 기를 수 있는
핵심조건은 특정분야에 대한 지식과 경험의 폭과 깊이이다.

같은 사물을 보더라도 각자의 축적된 경험에 따라 보는 시각이 달라진다.

뉴튼이 나무에서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순간적인 영감이라기 보다는 물리학 지식을 충분히 갖추고
평소 이런 문제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해왔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유연한 사고를 하기 위한 노력, 지식과 경험을 쌓기 위한 노력없이
창의성이 저절로 생기지는 않는다.

우리가 창의적이어야 하는 이유는 컴퓨터에 지지 않기 위한 것이 아니라
컴퓨터보다 훨씬 우수한 다른 "인간"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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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