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대통령은 지난 14일 미국의 뒤뜰로까지 번지고 있는 금융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선진 주요국들이 동시에 금리를 인하해야 할 때라고 강조
했다.

그러나 이틀 후인 16일 미 의회 하원 금융위원회에서 증언한 앨런 그린스펀
미연준리(FRB) 의장은 "선진국간에 구체적인 협력 움직임은 아직 없다"고
증언, 클린턴의 제안이 선언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음을 내비쳤다.

그러나 클린턴의 제안은 글로벌화하고 있는 세계금융질서에 각국이 새로운
틀과 방식으로 대처해야할 때라는 필요성을 적시에 부각시킨 것이어서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다.

때맞춰 지난 17일 워싱턴에서는 국제금융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국제
금융감독기구(WFA)가 조속히 창설돼야 한다는 세계적 경제학자들의 주장이
제기돼 많은 사람의 주목을 끌었다.

존 이트웰 영국 케임브리지대 퀸스 칼리지 학장과 랜스 테일러 뉴욕소재
NSSR(뉴스쿨대학 사회연구센터) 교수는 공동주제발표를 통해 상품교역을
다루는 국제무역기구(WTO)와 대칭되는 세계금융감독기구(WFA=World
Financial Authority)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소재 경제정책연구소(소장=제프 포) 주최로 열린 이날 참석자들과의
질의응답 내용을 요약 정리한다.

< 워싱턴 = 양봉진 특파원 bjnyang@ao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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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무역기구(WTO) 창설에 10년 이상의 시간을 허비했다.

WFA는 이보다 더 오래 걸릴지 모른다.

반면 현재의 금융위기는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WFA를 당장의 대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 존 이트웰 =우리가 WFA를 제안한 것은 작금의 금융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소방수(fire-fighter)" 역할을 맡게하자는 취지가 아니다.

국제금융계가 아무런 대안 없이 현재의 상황을 방치하는 한 국제금융위기의
파장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또 이를 관리할 국제공조 체제의 부재는 더 큰 재앙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같은 의미에서 WFA는 장기적 안목의 기초 설계와 추춧돌이라고 봐야 한다.

- 국제경제는 자유시장 경제를 패러다임으로 채택하고 있다.

WFA를 창설하자는 것은 규제를 전제를 한 것이고 이는 모든 사람들이
주장하는 자유시장 이념에 반하는 것 아닌가.

<> 존 이트웰 =이 질문은 아마도 내가 케임브리지의 학문적 이념을 대변
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에서 비롯된 질문이 것같다.

그러나 우리가 주장하는 WFA는 "제한적 자유" 개념에 근거한 것이며
최소한의 규제를 의미하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이를 악용하려드는 세력은 감시와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믿음이다.

- 국제시장의 리스크를 줄이자는 것이 WFA의 최대 목표라면 파생상품과
금융의 보험기능 등을 활용, WFA가 수행하려는 기능을 대체하면 되지
않겠는가.

<> 랜스 테일러 =일리 있는 지적이다.

시장에서 모든 것이 자율적으로 결정되고 불순세력이 배제된채 시장기능이
작동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제대로만 된다면 "자율"이 훨씬 효율적일 것이라는데 동의한다.

그러나 다시 강조하거니와 시장에는 불순한 동기와 과욕에 찬 시장참여자가
엄연히 존재하며 이들의 해악을 무시할 수 없는게 현실이다.

- 국제통화기금(IMF)에 대한 불신과 회의론은 여러 사람이 제기한 것이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WFA를 창설한다는 것은 기구를 중복으로 만들자는 것이
아닌가.

<> 랜스 테일러 =WFA를 창설하는데 모태가 될 수 있는 기구라면 IMF보다는
국제결제은행(BIS)이 더 좋은 대안이다.

BIS는 그동안 각국은행에 대해 일정한 자기자본비율을 요구해 왔고 이
국제금융규범은 많은 은행들의 경영에 좌표가 돼왔다.

그러나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IMF를 국제금융의 "마지막 보루"(lender of last resort)로 전환
시킬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동시에 국제적인 감시, 표준화, 정책조율
등을 모두 총괄할 수 기구를 만들자는 뜻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