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주 < 한국종합금융 사장 ijkim@kmbc.co.kr >

흔히 주식시장을 미인대회라고들 한다.

어느 시장이나 그러하지만 주식시장 역시 꼭 합리적인 기준에서 가격이
형성되고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많은 시장 참가자들의 주관적 선호도에 따라 거래가 이루어지므로 때로는
해당기업의 내재가치와는 유리된 주가가 형성되기도 한다.

아무리 특정기업의 재무구조가 건실하고 성장성이 유망해도 투자자들이
알아주지 않으면 좋은 평가(높은 주식)를 얻을 수 없다는 얘기다.

미인대회에서 선출되는 미인을 심사위원들이 뽑듯이 말이다.

국제금융시장에서의 글로벌 스탠더드 역시 세계시장을 좌우하는 심사위원들
(구미 자본), 좁게 보면 미국의 투자가들이 많든 기준이라 봐도 좋을 것이다.

신 자유주의의 이데올로기에 근거한 IMF(국제통화기금)의 처방도 90년대 초
미국이 수행했던 구조조정의 경험에서 얻은 산물에 불과하다.

국제금융시장에 개발도상국이 등장하면 심사위원들은 자신의 주관적
선호도에 따라 객관적 순위를 매길 뿐이다.

이러한 평가는 시장에서 매일매일 이루어지며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그냥
등의로 쫓겨날 수 있다.

한때 신선한 외모를 가졌다고 촉망받던 미인들(Emerging Market)도 얼리는
태국에서 가깝게는 현재 시련을 겪고 있는 홍콩이나 말레이지아처럼 언제든지
가차없이 심사위원들의 눈밖에 날수 있는 것이다.

물론 부정적인 평가에는 심사위원의 편견과 변덕이 작용하기도 하지만
종국적으로는 몸매 가꾸기를 등한시한 자신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하겠다.

국경이 이미 없어진 자본의 자유로운 흐름에 이미 동참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이니대회에 참가한 출전자가 심사위원의 심사기준에 자신을 맞춰나가는
거처럼 우리의 구조조정이나 경기부양이 심사기준(글로벌 스탠더드)에
적합하게 이루어지고 있는가를 자문해 봐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