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들은 지난 2.4분기중 기업이나 개인들에게 돈 빌려주길 몹시
꺼렸다.

떼일 것을 우려한 금융기관들의 대출기피에다 기업들의 투자마저 폭삭
가라앉아 금융기관의 자금공급규모가 65년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23일 한국은행은 "2.4분기 자금순환동향"을 통해 이기간중 은행 보험 종금
등 금융기관(한국은행 제외)이 기업 개인 정부 등 비금융부문에 대한 자금
공급 규모가 4조3천억원 줄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금융기관이 민간및 정부부문에서 그만큼 자금을 회수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 상반기 금융기관의 자금공급규모는 1.4분기 14조5천억원을 감안해도
10조2천억원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58조8천억원)에 비해 크게 축소됐다.

이처럼 금융기관의 자금공급이 줄어든 것은 2.4분기중 기업의 대출금규모
와 대외채무규모가 각각 7조1천억원및 2조3천억원씩 줄어든데다 개인들도
5조6천억원어치나 대출금을 상환한 때문이라고 한은측은 설명했다.

기업의 차입규모보다 상환규모가 크기는 지난 88년이후, 개인의 경우는
지난 78년(반기 기준)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그러나 금융기관이 우량기업의 회사채 기업어음(CP) 등 유가증권을 취득
하는 형태로 자금을 공급한 규모는 2.4분기중 7조원 늘어났다.

기업의 설비투자가 위축된 것도 자금공급이 줄어든 원인으로 지적된다.

공장건설과 기계설비도입 등의 고정투자 증감율은 올 1.4분기 전년동기
대비 마이너스 23.0%, 2.4분기 마이너스 29.8% 등으로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기업부문의 자금조달 규모는 3조4천억원에 그쳐 1.4분기(11조6천억원)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으며 작년동기(22조9천억원)에 비해서는 7분의 1 수준
으로 줄어들었다.

한편 올해 자금의 조달및 공급에서 예금과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든
반면 회사채.CP 등 유가증권의 비중은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출 등 간접금융시장을 통한 자금의 수급이 줄어드는 대신 주식
채권 기업어음 등 직접금융시장을 통한 자금 수급이 늘어나 선진국형 금융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고 한은측은 설명했다.

기업의 경우 대출을 통한 자금조달은 2.4분기중 7조1천억원 줄어든 반면
회사채 CP 등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은 9조3천억원 늘었다.

개인도 2.4분기중 예금은 5조8천억원 줄어든 반면 수익증권 등 유가증권
투자는 8조9천억원 늘어났다.

< 정태웅 기자 reda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