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은행주가 동반 추락하고 있다.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은행주가 시장 평균주가보다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아시아에 시작된 금융시스템 붕괴가 이제는 선진국으로 확산되고 있고
종국에는 실물경제 붕괴 사태를 몰고올 것이란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의 은행업종지수는 23일 62.59를 기록했다.

80년초 100으로 출발한 은행주 지수가 연초만 해도 255.43을 기록했으나
불과 8개월여 사이에 75.5%나 폭락했다.

이 기간중 종합주가지수 하락폭 26.37%의 3배에 해당하는 해당하는 낙폭
이다.

이에따라 한국전력(싯가총액 11조1천1백93억원)을 팔면 모든 상장은행(싯가
총액 3조8천9백21억원)을 2.8번이나 살 수 있게 됐다.

은행주와 함께 증시침체도 거듭돼 23일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0.68포인트
가 내린 291.93을 기록, 연중최저치(280.00 6월16일)를 위협하고 있다.

한국증시 싯가총액이 연초 72조원에서 23일 61조1천억원으로 추락해 미국의
GM을 팔면 한국의 모든 상장기업을 사들일 수 있게 됐다.

게다가 원화가치마저 1천4백원대로 떨어져 환차손을 입게 되는 외국인의
매도를 자극시키고 있다.

선진국의 은행주 붕괴도 예외가 아니다.

22일 현재 미국의 뉴욕종합주가지수는 연초보다 0.89%가 올랐지만 금융업종
지수는 5.82%나 떨어졌다.

일본의 종합주가지수격인 토픽스(TOPIX)도 연초에 비해 9.56%가 내린데
비해 은행업종지수도 무려 25.99%나 추락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은 태국과 싱가포르도 비슷한 양상이다.

증권전문가들은 이같은 세계적인 은행주 동반추락 현상에 대해 세계경기
후퇴와 함께 금융시스템 붕괴에 대한 우려감이 높은 마당에 은행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백운 삼성증권 과장(은행업종담당자)은 "경기침체가 시작되면 주가가 떨어져
은행의 보유주식이 손실을 내게되고 돈을 빌려준 기업마저 부도를 내게 돼
은행은 이중으로 부실해지고 자연히 주가추락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에 주식시장에 진출한 외국인은 지난해 8월이후 줄기차게
은행주를 내다팔고 있다.

경기회복이 불투명해 은행의 수익성이 개선될 조짐이 없는데다 금융권
구조조정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본 홍콩 등에서도 은행주가 주요 매도 대상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1930년대 대공황이 시작될 때도 은행주가 증시붕괴를
선도한 적이 있고 끝내 금융시스템 붕괴와 실물경제 붕괴로 이어진 적이
있다"며 "세계자본의 은행주 팔아치우기를 멈추게 하기 위해선 금융권 구조
조정은 물론 기아자동차 처리 등에 대해 외국인의 신뢰를 쌓는 일이 시급
하다"고 지적했다.

< 조성근 기자 trut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