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에 사는 신씨는 1년 반전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둘 때 회사
사정이 워낙 좋지 않아서 퇴직금을 받지 못했습니다.

당시 회사 사장은 회사 사정이 워낙 나쁘니 일년 뒤에 퇴직금을 주겠다고
했고, 그래서 신씨는 사장 말만 믿고 퇴직금을 받지 못한 채 회사를 그만 둔
겁니다.

신씨는 1년이 지난 뒤에 회사를 찾아가 보니, 회사 사무실이니 다른 것은
그대로인데, 회사 이름이 신씨가 다닐 때와 다르게 바뀌었고, 사장도 다른
사람으로 변경되어 있었습니다.

자초지종을 알아보니, 전에 회사를 하던 사장이 회사를 새 사장에게 팔고는
미국으로 가버린 거였습니다.

새로운 사장은 사정이 이렇게 되었으니, 퇴직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거였고,
신씨는 일단 물러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신씨가 다시 알아보니, 회사 사장과 회사 이름은 바뀌었지만, 그 회사의
등기부 등본은 예전 것을 그대로 쓰고 있었고, 등기부 등본에는 회사 상호
변경, 대표이사 변경이 이루어졌다고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신씨는 회사가 하는 일도 동일하고, 등기부 등본도 예전 것을 그대로 이어서
쓰고 있는데, 이런 경우에 단순히 회사 이름과 대표자가 바뀌었다고 해서,
전에 근무하던 근로자에게 주지 않았던 퇴직금을 주지 않아도 되는 것인지
물어오셨습니다.

신씨가 다닌 회사가 주식회사인 것 같은데, 주식회사의 경우에, 회사의
명칭과 대표이사의 변경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법인등기부상 동일성이 인정
된다면 종전의 회사가 부담하는 채무는 그대로 새로운 회사에 승계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신씨가 다녔던 회사가 단순히 이름과 대표자 변경만 이루어진
것이라면, 전의 회사나 지금의 회사나 동일한 회사이기 때문에 회사를 상대로
퇴직금을 달라는 재판을 건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습니다.

요즘처럼 회사 구조조정이니 M&A니 해서 회사를 사고 파는 경우가 많을
때에는, 새로 회사를 샀기 때문에 예전의 경영진과는 무관하다고 하면서
이렇게 퇴직금을 주지 않겠다고 하는 사업주들이 있는데, 그건 잘못된
겁니다.

주식회사의 경우에, 주식의 소유가 바뀌었다고 하더라도 회사의 실체에는
아무런 변경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의 회사가 파산을 하거나
청산을 해서 없어지지 않는 한, 새로운 경영주는 자기가 인수한 회사가
부담하고 있는 각종 채무를 그대로 이행해야 하는 겁니다.

신씨는 새 대표이사를 찾아가서, 회사 이름만 바뀐 걸 가지고는 퇴직금
지급의무를 면할 수 없으니까 밀린 퇴직금을 달라고 요구해 보고, 만일
그래도 퇴직금을 주지 않으면 재판을 해서 퇴직금을 받을 수 있겠습니다.

< 변호사. 한얼종합법률사무소 hanollaw@unitel.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