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싱가포르에서 아시아 비뇨기과 학회가 열렸다.

이번 학회에서 일본 호주 대만 등 아시아 12개국에서 13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발기부전 교육.수련고문단(EDACT)이 정식으로 발족됐다.

필자는 이 모임의 회장을 맡게 돼 아시아 각국 30여명의 기자단과 공동기자
회견을 갖고 발족 취지와 앞으로의 활동계획을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아시아지역에 최소 1억명 정도의 발기장애 환자들이 있으며
40세 이상 연령층에서 평균 52%가 이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발기부전 연령도 평균 48세로 낮아지고 있다는 충격적인 보고도 했다.

이렇게 많은 발기부전 환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양권에서는 유교사상의
영향으로 발기부전을 병으로 여기지 않는 경향이 짙다.

나이가 들면 자연히 오려니 하는 생각이 깊게 깔려있다.

또 동양권에서는 성에 대해 공공연히 이야기하는 것을 금해왔기 때문에
이런 발기장애에 대한 잘못된 생각과 미신이 은밀한 형태로 성행하고 있다.

대부분은 체면때문에 스스로 정력제에 의존해 해결하고자 했다.

비아그라의 출현은 이런 아시아인들의 생각을 바꾸기 시작했으나 그래도
많은 고정관념들이 존재하고 있다.

실제로 생명과 관계없으므로 심각한 병으로 생각지 않지만 본인들에게는
악성질환 못지 않은 말못할 괴로움이 크다.

발기부전 환자들의 대체적인 특징은 모두 벙어리 냉가슴으로 조용히
고통받고 있는 환자들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수줍고 창피해서 친한 친구나 가족에게도 상의하지 못한다.

또한 병으로 인식하지 않으니까 의사를 찾지 않고 혼자 치료해 보려
노력하게 된다.

경험에 따르면 이들은 적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수년간 혼자 고민하다
의사를 찾게 된다.

또 90% 이상이 일반의사들조차 환자들에게 이런 문제를 먼저 물은 적이
없다.

이는 오래된 고정관념으로 인해 환자와 의사간에 높은 장벽이 있고 의사들이
성기능장애에 관한 최신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EDACT의 설립취지는 이런데 있다.

서로 성문제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고 아시아 각국 의사들을 수련시키며
환자들에 맞는 치료프로그램을 개발해 아시아 성기능장애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자는 것이다.

EDACT 다음 모임은 오는 11월 열리는 서울아시아성학회에 즈음해 갖기로
했다.

뉴스레터를 발간하고 인터넷(http://www.asianedact.org.hk)을 열어 모든
성기능장애 치료정보를 공개할 예정이다.

< 연세대 의대 비뇨기과 교수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