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와 자민련은 23일 열린 국정협의회에서 오는 25일부터 여당 단독
국회운영 및 "세도사건"에 대한 단호한 대응 등의 기존 방침을 재확인, 경색
정국 해법을 둘러싸고 보였던 양당간의 "껄끄러운 관계"를 일단 봉합했다.

김종필 총리는 이날 회의를 주재하기에 앞서 "국회가 계속 파행되고 정기
국회가 열리지 못한 때일수록 양당은 더욱 굳건히 그리고 긴밀히 의견을
교환해 국회를 정상화시키는데 최선을 다하자"고 말을 꺼냈다.

여권공조에 회의를 표하고 있는 일부 자민련측 참석자들에게 "입조심"을
시키기 위해서였다.

국민회의 조세형 총재권한대행도 회의 말미 박태준 총재의 이날 김포공항
도착 시간을 물으며 "의원 연수가 있어서 나는 못 나가고 정균환 사무총장을
대신 마중나가도록 하겠다"며 자민련을 다독거렸다는 것이다.

양당 수뇌부가 이처럼 분위기를 잡은 탓인지 ,당초 예상과는 달리 정치권
사정문제를 둘러싼 이견은 없었다는 것이다.

특히 회의 초반 자민련측 참석자가 "정치인들이 검찰에 소환되는 모습이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치인 조기 종결론을 개진하려 하자 김중권 청와대
비서실장이 나서 "조기 종결주장은 어불성설"이라며 미리 "쐐기"를 박았다는
후문이다.

김 실장은 "정치인 사정과 국회는 별개라는 사실을 대통령과 총리께서도
확인한바 있다"며 "본격적인 사정은 지난달 31일 한나라당 전당대회를 전후해
시작된 것으로 보면 이제 20여일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서 야당의 조기 종결
주장은 말도 안된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그는 "수표추적 등 수사 기법상 단시일 내에 수사를 종결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청와대도 검찰로부터 사후 보고를 받는 입장이며 검찰수사에
관여하지 않는 만큼 사정은 검찰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그는 특히 "대통령직과 관계없이 사정작업을 벌이겠다고 한 김대중 대통령의
춘천발언을 상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 눈길을 끌었다는 전언이다.

회의가 끝난 뒤 자민련 변웅전 대변인은 "자민련은 국회 정상화를 위해
사정을 조기에 종결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김 실장의 말에 모두 수긍했다"
고 말해 청와대측의 설득에 자민련이 주장을 철회했음을 간접 시인했다.

또 야당측이 주장하고 있는 사정의 형평성 문제에 대해서는 참석자들 모두
한목소리로 비난했다고 변 대변인은 전했다.

이처럼 정치권 사정 문제에 대해 자민련이 입장을 선회함으로써 자연스럽게
국회 단독운영으로 방향이 잡혔으며, 결국 야당의 참여 촉구를 계속하되
시급한 민생법안 처리 등을 위해 단독국회 운영이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는 것이다.

< 김형배 기자 khb@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