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주"는 결국 부서지고 말 것인가.

아니면 처세술의 명수답게 다시 부활할 것인가.

한나라당 김윤환 전부총재가 정치권 사정태풍의 중심권에 들어섬으로써
그의 거취 및 사법처리 여부가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여권관계자들은 김 전부총재가 이번에는 사정의 올가미에서 빠져나갈 틈이
없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김 전부총재가 "죄값"을 치러야할 혐의는 많지만 검찰은 그에게 "가장
타격이 작게 미칠 사안을 골라 사법처리할 것"이란 설까지 나오고 있는
상태다.

"몇달은 고생해야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사정 정국을 매듭짓기 위해서는 김 전부총재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게 여권의 대체적인 기류라고 여권 관계자들은 전하고 있다.

허주로서는 정치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김 전부총재는 자신의 목을 죄어 들어오는 여권의 사정압박과 관련, 23일
향후 대응방향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그는 이날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신상발언을 통해 "대가성없는 돈을
받아 썼을 뿐"이라며 뇌물수수 혐의를 거듭 부인했다.

김 전부총재는 특히 "여권이 나를 구 정치인의 대표적 인물로 지목해 사정을
마무리하는 수순으로 사법처리 할려는 모양"이라며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김 전부총재는 이어 "구 정치인을 청산하려면 3김 정치를 청산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나보다 오래 정치한 사람이 과연 무슨 돈으로 정치를 했겠느냐"
며 김대중 대통령을 겨냥했다.

이같은 발언을 감안해볼 때 김 전부총재는 26일 열릴 대구 장외 집회에서
지역정서를 등에 업고 대여 비판 수위를 한층 높일 것으로 보인다.

한 측근은 "김 전부총재가 대구집회에서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하지 않겠
느냐"며 "위기상황을 반전시키는 계기로 삼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전부총재측은 그러면서도 사태 수습을 위한 여권과의 정치적 절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김 전부총재측이 문제가 되고 있는 국유지 불하 건의 경우 대가성을 입증
하기 어려운데다 처벌 시효를 놓고도 시비가 일 공산이 크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무엇보다 김 전부총재를 건드리면 "정치보복"에 대한 비판여론이 확산되면서
특정지역을 중심으로 급속한 민심이반 현상이 빚어질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는
것은 타협을 위한 제스처에 다름 아니란 분석이다.

< 김삼규 기자 eskei@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