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감독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전례없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은
이번엔 세계 지도자들이 나섰기 때문이다.

민간 이코노미스트들이 고론한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여기에다 국제결제은행(BIS)을 비롯한 국제금융기관들까지도 동조발언을
하고 아섰다.

이같은 논의에 맨 먼저 불을 지핀 이는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선진7개국(G7) 의장국이라는 무게때문에 국제금융계는 촉각을 곤두세웠었다.

블레어 총리는 지난 21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가진 강연회에서 "국제통화
기금(IMF)과 세계은행(IBRD)의 기능을 일부 통합해 새로운 국제금융감독기구
를 창설하는 등 기존 브레튼우즈체제를 개편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기존의 금융감독체제로는 러시아 중남미 등지로 확산되고 있는 세계금융
위기를 제대로 수습할 수 없다는게 그 이유이다.

블레어 총리는 내달 3일 열리는 G8 재무장관회담에서 이 문제를 집중 논의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즉각 화답하고 나섰다.

클린턴 대통령은 같은 날 뉴욕대학 연설에서 "세계경기의 호황(boom)과
불황(bust)을 통제할 수 있는 새로운 금융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
했다.

그는 현재의 경제상황이 국제통화기금(IMF)을 창설할 당시와 크게 달라졌기
때문에 이에 걸맞는 새 금융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IMF의 최대 후원국이자 지구촌 최강국인 미국대통령의 발언까지 제기돼
이제 새 시스템의 필요성은 부인하기 어렵게 됐다.

리오넬 조스팽 프랑스 총리도 최근 환율시스템 등 일부 국제금융체제를
빨리 바꿔야 한다고 동조했다.

조스팽 총리는 "달러 유러 엔 등으로 나눠진 지역통화블록이 엄격하면서도
유연한 환율체계로 바뀌어 최소한 환율시스템에서 오는 금융시장의 불안은
제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뿐만 아니다.

IMF 등과 보완관계를 지닌 BIS도 새 금융체제구축을 지지하고 나섰다.

앤드루 크로켓 BIS 전무는 22일 영국 일간지 더 타임즈와 가진 회견에서
"국제금융기관이 대규모 구제금융을 지원해 주는 시대는 지나갔다"며
"IMF가 전세계 은행의 최종대부자 역할을 할 수도 없으며 해서도 안된다"고
주장했다.

크로켓 전무는 이 문제에 대한 국제적 공감대가 선진국에서부터 신흥개발국
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확산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윌리엄 맥도너 뉴욕연방은행 총재도 이날 런던에서 열린 한 금융회의에
참석해 BIS의 자기자본비율규제 등을 손질할때가 왔다고 강조했다.

BIS 은행감독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한 맥도너 총재는 "아시아 금융위기와
급변하고 있는 금융시장상황 때문에 BIS 규제도 재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김수찬 기자 ksc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