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대한 외국기관들의 신용평가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 여간 당혹스럽지 않다. 국제 신용평가기관들의 자료수집 능력
이나 평가방법 등에 문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지만 이들의
평가에 따라 자금흐름이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영국의 경제전문지 유러머니 9월호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가위험도(컨트리
리스크)는 평가대상 1백80개국 중 지난해 3월의 22위에서 같은해 9월에는
27위, 12월에는 30위로 하락한데 이어 이번 9월 조사에서는 34위로 다시
떨어져 외환위기 전후 1년반 사이에 12단계나 추락했다는 것이다.

또 한국의 향후 2년간 경제성장 속도에 대한 평가도 지난해말 41위에서
60위로 주저앉았다. 한마디로 한국경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가가 현재는
물론, 앞으로 몇년동안도 그다지 밝지 않다는 얘기다. 특히 9개의 평가항목
중 최근 급상승한 가산금리부문과 단기자금가용성 등 주로 자금관련 항목의
점수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는 것은 문제의 핵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말해준다.

뿐만 아니라 독일의 국제투명성기구(TI)에서 발표한 한국의 부패지수는
조사대상 85개국 중 96년 27위, 97년 34위, 98년 43위로 매년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뇌물수수 관행을 포함한 부패의
정도가 나날이 심해지고 있는 나라로 조롱받는다는 것은 설상가상의 고통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국가 신인도가 계속 추락하고 있다는 것은 해외에선 우리의 위기
극복 노력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IMF가 최근 연례
특별보고서에서 지적했듯이 금융기관과 기업의 구조조정 등 개혁조치가
불충분하다는 것이 외국의 일반적 시각인 것 같다.

사실 우리의 현실을 냉정히 살펴보면 해외의 평가가 왜 이처럼 인색한지
이해가 가는 측면이 없는 것도 아니다. 구조조정 주무부처인 금융감독위원회
는 이달말로 1차 구조조정을 마치고 다음달중 그 결과를 들고 외국에 나가
대규모 외국자본을 유치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9월이 다 가도록 완벽하게 구조조정을 끝낸 기업이나 금융기관은
단 한군데도 없다. 조건부승인 및 매각대상 9개 은행의 경우에서 보듯,
노조의 총파업 결의에 직면해 구조조정작업이 벽에 부딪치고 있는 현실이다.

지금 우리가 국가신인도를 높이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구조조정을 당초의
방향대로 일관성있고 신속하게 매듭짓는 것 밖에 없다. 경제운영이 정치
논리에 좌지우지되는 후진국적 폐습을 과감히 털어버리고 외국투자자들이
주시하는 노동문제 등에 대해서도 정부가 확고한 원칙을 지키는 일이 신뢰
회복의 지름길이 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