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커 윤도현(26)은 야성적이다.

어깨를 덮을 정도의 긴 머리카락을 날리며 토해내는 "통소리"는 포효하는
야생의 숫사자를 빼어 닮았다.

그가 요즘 대학로의 밤을 휘어잡고 있다.

록뮤지컬 "하드록 카페"(10월6일까지, 동숭아트센터 동숭홀)를 꽉채운
관객을 연일 "열광"하게 만든다.

그의 연기는 서툴다.

록뮤지컬 개똥이(95년),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97년)에 출연, 무대
몸짓을 익히긴 했지만 연기체질은 아니다.

그런 그를 보고 젊음은 왜 열광하는가.

힘이 넘치면서도 서정미 가득한 "그만의 록"에 그 해답이 있다.

그는 고등학교 때 록을 하기로 작정했다.

미국의 록그룹 "도어스"의 뮤직비디오를 본 게 계기가 됐다.

"록은 솔직합니다.

직설적이죠.

비주류의 정서를 음악을 통해 얘기하고 싶었는데 록이 제격이라고
생각했어요.

록은 원래 기성세대에 대한 저항정신에서 생겨난 것이기 때문이지요"

처음엔 "단두대"란 무시무시한 이름의 교내그룹을 결성, 록그룹의 흉내를
냈다.

다니는 듯 마는 듯 했던 대학시절 공부를 포기한 채 노래모임 "종이연"에서
5년여간 활동했다.

그의 록에 포크음악의 서정미가 깊게 깔려있는 이유이다.

95년 지금의 밴드를 결성, 데뷔음반 "타잔"을 발표하면서 로커로서의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데뷔음반에 대한 반응은 신통치 않았지만 차츰 나아졌어요.

연간 2백일가량을 소규모 라이브클럽 무대에 섰지요.

여느 록그룹과는 달리 화려하게 치장하지 않으면서도 할말은 다하는
우리식의 록이 신세대의 정서에 들어맞는 것 같아요"

그는 "하드록 카페"공연을 마친 후 연말까지 3집음반에 담긴 곡을 들고
전국투어 콘서트에 나설 예정이다.

당분간은 음악외엔 "외도"를 하지 않고 라이브무대에서의 연주활동에만
전념할 계획이다.

바람에 날리는 느낌이 좋아 길렀던 긴 머리카락도 좀 잘라버릴 생각이다.

"요즘은 노래도 연기로 하고 있어 음악적으로 퇴보하는 듯한 느낌입니다.

뮤지컬 배우가 아닌 로커이니 만큼 노래로 승부해야겠죠.

라이브무대에서 우리노래를 부를 때 제일 편하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그는 내년쯤 해외공연 길에도 오를 계획이다.

그동안 국내에서의 스케줄을 소화하는데도 너무 벅차 미뤄왔던 일이다.

그리고 좀 더 "힘"이 있는 노래를 만들어 콘서트장의 열기를 이어갈
생각이다.

< 김재일 기자 Kji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