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자자들이 연어떼처럼 다시 돌아오고 있는 것일까.

증권가에선 한국주식을 사들이는 외국인의 얼굴 찾아내기 작업이 한창이다.

외국인은 24일에 이어 25일에도 큰폭의 순매수를 보였다.

단기자금성 헤지펀드보다는 장기자금성 펀드들이 다시 매수에 나서고 있어
더욱 기대감을 부풀게 하고 있다.

이처럼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질 경우 연초처럼 국내 증시가 화끈하게 달아
오를 수 있다는 기대론이 나오고 있다.

반면 세계금융시장이 아직 안정감을 찾지 못한데다 국내 경제의 구조조정도
원활히 진행되지 않아 외국인의 지속적인 대량 매수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관측 또한 만만치 않다.

<> 누가 사나 =최근 한전에만 집중됐던 외국인매수세가 확산되고 있다.

LG정보통신 삼성전자 삼성전관 대우중공업 국민은행 대우증권 메디슨
등에도 점차 매수세가 붙고 있다.

이들 종목을 매수한 주체가 대부분 영.미계 장기투자자들이어서 더욱
주목을 끈다.

외국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이중에는 캘리포니아교원기금 브린슨 포스텔
슈로더 등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펀드들이 다수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들은 지난 4~5년전에 들어왔다가 국내 증시를 이탈한 이후 다시 회귀하는
펀드들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전의 경우 미국 영국 등 뮤추얼펀드들이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서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한국주가가 바닥을 쳤다는 인식이 외국인들간에 서서히 확산되고 있다는
점도 매수배경으로 꼽힌다.

대표적인 예가 각국 주가의 "바닥찾기 귀재(Bottom Fisher)"로 잘 알려진
알 왈리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자의 장세관.

국내 증권사 국제영업부의 한 관계자는 "알 왈리드 왕자가 최근 미국의
대표적인 금융전문지인 머니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신흥시장중에서 한국의
전망이 가장 밝다고 밝힌게 외국의 장기펀드들을 자극시키고 있는 것같다"
고 말했다.

단기성 헤지펀드들도 매수강도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증권의 이정호 조사역은 "미국의 헤지펀드인 롱텀 인베스트먼트 매니
지먼트가 러시아 등에서의 투자손실로 파산위기에 몰렸지만 채권은행들이
구제금융을 실시해 다른 헤지펀드들의 입지도 다소 넓어졌다"고 밝혔다.

<> 언제까지 =이 조사역은 "24일 대만 인도네시아 태국등에서도 외국인들이
순매수로 전환했다"며 "미국의 금리인하 가능성을 보고 단기펀드들이 이머징
마켓을 손실회복의 마지막 기회로 삼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 연초와 같은 단기매수세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인 매수세를 기대하기는 이르다는 전망도 만만찮다.

미국 금리인하, 신브레튼우즈체제 등 세계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선진국들이
공동으로 노력하고 있으나 아직 밑그림이 구체적으로 그려지지 않았다는게
이유다.

게다가 국내 금융권 및 기업들의 구조조정도 시원찮아 외국인들의 매수세는
일시적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 김홍열 기자 come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