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및 아시아자동차 부채원금을 4조원 정도 탕감해주면 3차 입찰은
과연 낙찰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 정도의 부채탕감으로는 낙찰을 기대하기 어렵다는게
응찰업체들의 중론이다.

응찰업체들이 4조원의 원금탕감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판단하려면 이들이
2차 입찰때 달았던 부대조건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대와 대우는 각각 3조원 이상의 추가탕감을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이 감면해주기로 한 2조2천8백억원을 합하면 5조원 이상을
탕감해줘야 한다는 얘기다.

삼성도 직접 탕감규모는 제시하지 않았지만 "부채와 자산의 차이가
커 낙찰후 재협상을 원한다"고 밝혔다.

초과부채 5조1천억원은 탕감하고 시작해야 하자는 것이다.

3사 모두 5조원이상 부채를 탕감해 자산과 부채규모를 똑같이 해놓아야
응찰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4조원 탕감은 응찰업체들의 기대에 못미친다.

4조원이 원금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추후 발생할 이자까지 포함된
것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물론 채권단은 11조8천억원의 부채에서 3분의1이나 탕감해주고 이자를
감안하면 엄청난 금액인데 응찰업체들이 너무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낙찰업체가 떠안아야할 부채는 16조7천억원에 이른다.

채권단이 받아야할 채권보다 무려 5조원이상이 많다.

일단 안건회계법인의 실사치가 12조8천억원이다.

여기다 밀린 임금, 물품대 등 공익채무가 3조5천억원이다.

또 할부금융을 끌어다 전용한 것이 4천억원이다.

이렇게 보면 적어도 인수업체가 떠안아야 하는 빚은 16조7천억원 이상이
된다.

따라서 4조원 탕감은 전체의 4분의1도 안되는 셈이다.

한라그룹 채권단이 만도기계 한라시멘트 한라건설 한라중공업 4개사의
부채(6조1천8백억원) 가운데 61.6%를 탕감해주려는 것과 비교해도 턱없이
적은 규모의 탕감이다.

응찰업체 한 관계자는 "4조원의 부채탕감만으로는 기아의 정상화가
어려운만큼 낙찰을 기대하는 것이 무리"라며 "채권단이 3차 입찰을 확실한
낙찰로 결론 내려 한다면 보다 획기적인 부채 탕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김정호 기자 jh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