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10일 스웨덴 한림원은 기자회견을 갖고 노벨경제학상의 폐지를
주장했다.

4일뒤 이 기관은 마이런 숄즈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와 로버트 머튼 하버드
대 교수를 97년도 노벨경제학상 공동수상자로 결정, 발표했다.

그리고 스톡옵션등 파생상품의 가격을 결정하는 혁신적인 방법론을 개발한
공로가 인정됐다고 덧붙였다.

두 수상자에게 7백50만크로나(당시 우리화폐로 약 9억원)의 상금이 주어
졌다.

숄즈 교수에게 "상금을 어떻게 "경제적"으로 쓸 것이냐"고 기자가 물었다.

"주식시장에 투자해 불리겠다"고 했다.

같은 질문에 머튼 교수는 "우선 세금부터 내겠다"고 대답했다.

두 교수가 국제적인 투기꾼(?)집단의 핵심 브레인인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들은 "롱텀캐피털"이라는 헤지펀드(hedge fund)에 관여, 국제금융시장
을 누비며 단기차익을 거둬들여 왔다.

"월가의 달인"이라는 명성을 가진 존 메리웨더가 만든 이 펀드는 이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의 참가로 업계에서는 "드림팀"으로 불리며 부러움을
샀다.

1949년 미국의 알프레드 존스라는 사람에 의해 시작된 헤지펀드는 지금은
대개 1백명미만의 돈많은 회원들로 구성돼 "백만장자들의 펀드"로 불린다.

현재 3천여개가 있는데 뮤추얼펀드 등과 함께 단기차익을 노리며 국경을
넘나드는 악명높은 핫머니의 상징이다.

헤지펀드 등 국제 핫머니가 지난 8월에는 홍콩달러를 다섯차례나 공격하다
손해를 입고 일부가 대통령선거로 방어에 소홀해진 브라질로 행선지를 옮겼
다고 전한다.

또 아시아 러시아 중남미 등지에서 경제불황으로 큰 손실을 봤다는 소문이
돈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미 뉴욕연방은행이 23일 롱 텀 캐피털에 35억달러의
구제금융을 긴급지원키로 했다.

이 펀드의 부실이 뉴욕증시에까지 악영향을 줄 수있기 때문이란다.

헤지펀드 등의 공격에 취약한 입장에서 볼때 탕아(?)를 미 국가기관이
지원한다니 왠지 씁쓸하다.

스웨덴 한림원이 국제투기꾼에게 권위를 부여하는 오류를 다시는 범하지
말았으면.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