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행 부장급 27명이 일괄 사표를 제출했다.

은행이 원활하게 해외에 매각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일선 지점장들도 조만간 일괄 사표를 낼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조정 차원에서 그간 은행 임원들이 사표를 낸 적은 있으나 부장급이
사표를 일제히 제출하기는 이례적인 일이다.

서울은행 본부 부.실장들은 지난26일 해외매각 촉진을 위한 결의문을
채택하고 신복영 행장에게 사퇴서를 냈다.

김원택 종합기획부장은 부.실장을 대표해 이날 오전9시 행내방송을 통해
이 결의문을 발표했다.

결의문에서 부.실장들은 "은행 발전을 위해 내부구조조정 작업이 조속히
마무리될 수 있도록 모든 기득권을 포기한다"며 "해외매각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민영화(해외매각)가 성사됐을 경우 인수자의 요구를 적극 수용해
인수작업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모든 협조를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부.실장들은 이번 사퇴서 제출과 관련, "과거에 흔히 있었던 의례적인
행사가 결코 아니다"라는 뜻을 밝히면서 "우리가 살 길은 오직 해외매각뿐"
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부.실장들은 일괄 사표제출이 인수자의 경영재량권을 보장하기 위한 행동
으로 이해해 달라고 설명했다.

한 부장은 "은행가치를 높이는게 우리의 목표"라며 "해외투자자들이 서울
은행을 인수하더라도 경영상 걸림돌이 없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국유화한 서울은행과 제일은행을 동시에 해외입찰에 부친다는
방침인데 금융계는 2곳중 1개 은행만 팔릴 것으로 보고 있다.

제일은행과 서울은행은 최근 서로 "먼저 팔려야 한다"며 은행 매각운동을
벌이고 있다.

< 이성태 기자 ste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