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당신 여의고 나는 살 수 없어요"

4백50년전 남편을 떠나보내며 남긴 조선시대 한 여인의 애절한 순애보
편지가 공개돼 사랑만큼이나 헤어짐이 잦은 요즘 신세대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전해주고 있다.

4백50년전 조선중기 고성 이씨 이응태의 무덤에서 발견된 가로 60cm세로
33cm크기의 한지에 언문으로 빼곡이 쓰여진 남편을 애타게 그리는 편지가
4백12년만에 세상에 공개됐다.

이 편지는 지난 4월 안동시 정상동에서 이씨의 후손들이 묘지를 이장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원이 아버지에게, 병술년(1586년) 유월 초하룻날 아내가"로 시작되는 이
편지는 "당신을 여의고는 아무리해도 나는 살 수 없어요, 빨리 당신에게 가고
싶어요. 당신을 향한 마음을 이승에서 잊을 수가 없고 서러운 뜻 한이 없습
니다"라며 요절한 남편에 대한 그리움을 구구절절이 써내려가고 있다.

부인은 남편의 관속에 편지와 함께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삼은 신발과
유복자인 어린 아이의 옷까지 함께 넣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안동박물관측은 25일부터 29일까지 이 편지를 일반에 공개하고 있다.

< 안동=신경원 기자 shinki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