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의 저녁도 순간으로 타오르지 못하고
스러지는 시간속을, 혹시 뉘 없어 줍고 있는지
뒤돌아보지만 길들은 멀리까지 비어있고
길들은 저들끼리 입다물고 있다

길 위로 새 한 마리 공기의 힘을 빌려
하늘위로 올라가 콕, 콕, 콕, 허공을 쪼아댄다

나는 바위에 엉덩이를 붙이고
노을이 산 밑으로 흐르는 것을
무슨 상처처럼 보고 있다


- 시집 ''굴참나무숲에서 아이들이 온다''에서

[ 약력 ]

39년 전남 목포생. 6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우리들을 위하여''
''작은 마을에서'' ''겨울 깊은 물소리'' 등.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