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현대 삼성 대우 등 한국을 대표하는 10대그룹
가운데 내년 경영계획의 기본 방향이라도 확정한 대기업은 아직까지 한
군데도 없다.

예년 같으면 "매출 20% 증대, 수익률 10% 이상, 수출 20% 확대" 등의
지침이 기획조정실에서 각 계열사로 내려왔을 시기인데도 그렇다.

10대기업이 이 정도면 그 이하는 말할 것도 없다.

한마디로 우리 기업들은 지금 "대책없이" 경영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유는 크게 봐서 두 가지다.

우선 이들 대기업들까지 당장 올해 먹고 살 걱정에 매달려 있을 정도로
우리 경제여건이 최악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이판에 석달이나 남은 내년 일을 걱정한다는 것 자체가 "사치"일 수 밖에
없다.

10대기업 가운데 원자재 수입 비중이 큰 사업 구조를 갖고 있는 SK나 쌍용
등 외에는 대부분 올 매출이 작년보다 5% 이상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 전체적으로 봐도 올해 설비투자가 작년보다 47% 가량 줄어들었고
내수가 최악의 침체를 보이는 상황에서 당연한 일이다.

거기다 자금조달난까지 점점 심해지고 있다.

한가롭게 내년도 경영계획을 짤 틈이 없다.

둘째는 사업계획을 작성하는데 기초가 되는 경제변수들이 지금으로선 어느
것 하나 분명치 않다는 것이다.

성장률 금리 환율 등 어느 것 하나 기업의 판단으로 확정할 만한 지표가
없다.

경영계획을 짜는 것 자체가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경영계획 수립이 늦어지는 이유에 대한 질문에 삼성
LG 등 6개 기업이 "경영환경 불투명"을 들었다.

나머지도 금융구조 불확실(쌍용), 내수회복 불확실(한화) 등 유사한 이유를
들었다.

내년 사업에 영향을 끼칠 최대의 변수를 묻는 질문의 경우도 환율이나
금리 문제를 꼽은 기업이 4개나 됐다.

정부정책도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삼성 대우 한화 롯데 등은 정부가 금융구조조정을 어떻게 추진하느냐를
경영환경을 좌우하는 변수로 들었다.

여기다 세계시장 전체가 어떻게 변할지를 예측하는 것도 예년과 달리 더
어려워졌다.

아시아를 시발로 러시아 중남미로 이어지는 공황의 조짐을 기업들이 느끼고
있지만 그 심각성은 지표로 예상할 수 없는 사안이다.

기업 관계자들은 이런 상황에서 내년에는 작년까지만 해도 한국 기업의
특징처럼 여겨졌던 "공격 경영"은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생존을 보장받기 어려운 환경에서 투자확대와 시장점유율 확대는 배척받는
경영행위가 될게 분명하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매출을 늘리겠다고 한 기업이 대우 등 5개기업으로
나타났지만 원자재 수입가 상승에 따른 가격 인상으로 인한 자연 증가분이
상당히 포함된 경우다.

오히려 삼성 롯데 등은 매출까지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을 정도다.

전경련 관계자는 "기업들이 내년 2.4분기 이후에는 경기가 바닥을 칠
것으로 보면서도 투자나 매출, 수출을 공격적으로 잡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기업들은 빠르면 다음달에는 기본 원칙을 확정해 경영계획 작성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워크아웃 등 정부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기업구조조정에다 소위
"빅딜" 등 재계 자율의 구조조정 작업까지 맞물려 있어 기업들이 내년
"생존계획"을 마련하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 10대그룹 내년 경영계획 ( 본지 조사 ) ]

<>.경영계획 수립이 늦어지는 이유

- 현대 : 자금계획 수립애로
- 삼성 : 경영환경 불투명
- 대우 : 경영환경 불투명
- LG : 경영환경 불투명
- SK : 자금계획 수립애로
- 한진 : 경영환경 불투명
- 쌍용 : 금융구조조정 불확실
- 한화 : 내수회복 불확실
- 롯데 : 경영환경 불투명
- 금호 : 경영환경 불투명

<>.내년 사업의 최대변수

- 현대 : 환율 금리 불안정
- 삼성 : 금융구조조정
- 대우 : 구조조정및 정부의 경기부양책
- LG : 세계시장 침체
- SK : 환율 문제
- 한진 : 환율및 금리문제
- 쌍용 : 세계시장 침체
- 한화 : 구조조정및 정부의 경기부양책
- 롯데 : 금융구조조정
- 금호 : 금리및 세계시장 경기

<>.투자예상액

- 현대 : 올 수준
- 삼성 : 10%이상 축소
- 대우 : 10~20%이상 축소
- LG : 10% 확대
- SK : 올 수준
- 한진 : 미정
- 쌍용 : 10%이상 축소
- 한화 : 40~50% 축소
- 롯데 : 10%이상 축소
- 금호 : 올 수준

<>.매출목표

- 현대 : 올 수준
- 삼성 : 10%이상 축소
- 대우 : +20%이상
- LG : 10% 확대
- SK : +10%이상
- 한진 : +10%
- 쌍용 : 올 수준
- 한화 : +5%
- 롯데 : 10%이상 축소
- 금호 : 올 수준

<>.수출목표

- 현대 : 올 수준
- 삼성 : 올 수준
- 대우 : +20%
- LG : 10% 확대
- SK : +10%이상
- 한진 : 미정
- 쌍용 : 올 수준
- 한화 : -20%
- 롯데 : +10%
- 금호 : 올 수준

<>.경기 최저점

- 현대 : 2/4분기
- 삼성 : 3/4분기
- 대우 : 2/4분기 혹은 3/4분기
- LG : 2/4분기
- SK : 98년말
- 한진 : 상반기
- 쌍용 : 2/4분기
- 한화 : 4/4분기 이후
- 롯데 : 2/4분기
- 금호 : 2/4분기

<>.예상환율

- 현대 : 1,300원
- 삼성 : 1,300~1,350원
- 대우 : 1,400원
- LG : 1,370원
- SK : 1,350원
- 한진 : 1,400원
- 쌍용 : 1,400원
- 한화 : 1,350원
- 롯데 : 1,300원
- 금호 : 1,350원

< 권영설 기자 yskw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