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업으로 돌아가라.

최근 제약업체에 내려진 공통의 과제다.

식품 의료기 의약부외품 진단시약 환경용품 생활용품 등 의약품 유관 사업은
물론 에너지 케이블TV 등 정보통신업까지 진출했던 제약업계가 일제히
축소안정경영으로 돌아서고 있다.

원인은 물론 IMF에 따른 극심한 불황.

이에 따라 일부 업체는 타업체와 물류제휴를 하는 등 비용절감을 위한 방안
마련에 고심하는가 하면 아예 사업다각화 전략에서 1백80도 전환, 구조조정
전략으로 바꾸고 있다.

우선 경영부진의 현황을 보자.

식품업종으로 진출했던 유한양행 일양약품 한미약품 등의 경우.

유한양행은 의욕적으로 인수했던 유한큐후드가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유경메디카와 합병, 유한메디카로 새출발하면서 식품사업의 구조조정을
계획하고 있다.

일양약품은 영비천 등의 매출감소와 물류비 증가를 해소하기 위해
제일제당과 물류제휴를 맺었다.

한미약품도 미스틱 과즙음료 식혜 제품이 매출감소를 보이자 유기농안심주스
마미초유로 돌파구를 마련하는 한편 물류를 동원산업에 맡겨 효율화를
도모하고 나섰다.

이밖에 건강보조식품 또는 다이어트제품을 판매해 온 영진약품 녹십자
광동제약 조선무약 종근당 한독약품도 급격한 매출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정보통신업계에 진출한 업체도 큰 재미는 보지 못하고 있다.

동아제약 일동제약 한미약품 등 케이블TV 출자업체는 케이블방송업계의
전반적인 침체에 휘말려 적잖은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대웅제약의 인성정보, 종근당의 CKD 정보기술 등은 미미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나 유한양행 동아제약 일양약품의 정보통신계열사들은 현상을 유지하는
선에서 만족하고 있다.

의료기 업종에 진출한 중외메디칼(중외제약), 대웅메디칼(대웅제약),
일동메디텍(일동제약) 등도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되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물론 사업다각화로 재미를 보고 있는 업체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동아제약의 동아오츠카는 포카리스웨트 데미소다 컨피던스로, 대웅제약은
영웅젤리 에너비트 등으로 매출 호조를 보이고 있다.

환경설비산업에 진출한 동아제약과 국제약품은 오폐수 처리장치 및 소각로
장치 등에서 기대 이상의 선전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경우는 극소수다.

오히려 본업 대신 외형확장에 온 신경을 집중시켰다가 도산하는 기업들도
속출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동신제약과 일동제약.

동신제약의 계열사 동신레저산업은 원주시 문막읍에 45홀짜리 대규모
골프장을 건설하다가 금융경색에 의한 여신중단으로 2백34억원의 부도를
냈다.

물론 4백억원대에 달하는 공사대금도 해결하지 못했다.

이때문에 동신레저에 3백60억원의 지급보증을 선 동신제약 역시 연쇄부도를
낼수밖에 없었다.

동신제약은 백신전문업체로 수익성이 매우 높은 우량회사였다.

일동제약도 통신장비제조 계열사인 맥슨전자가 제품력 약화로 누적적자를
보이자 기업개선작업 대상업체로 선정되는 비운을 맛봐야 했다.

일동은 맥슨에 약 1천3백억원대를 지급보증했다.

한때 일동제약의 든든한 배경이었던 맥슨전자가 거꾸로 화를 불러온 것이다.

한편 대웅제약은 도시가스공급업체인 경남에너지의 대주주가 됐다가 최근
지분을 재매각했다.

현금확보를 위한 고육지책이다.

사태가 이쯤에 이르자 제약업체는 경영에 짐이 되는 계열사나 사업부는
과감히 축소 또는 흡수통합 등을 통해 몸집을 줄여나가기 시작했다.

사업다각화는 당분간 올스톱이다.

구체적인 타개책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 의약품의 연구개발 및 생산에
주력하자는 본업 회귀.

제일제당은 주력인 항생제원료 백신 등에 역량을 집중하고 비인기 의약품 및
건강음료를 대거 퇴출시킨다는 전략이다.

태평양제약도 건강식품 전제품을 퇴출시켰으며 의약품에만 전력하기로 했다.

동성제약은 염모제 위주의 사업전략을 의약품 및 기능성화장품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내부전략을 수립했다.

결국 제약회사 본연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이 올해 각 제약사의
공통된 생각이다.

특히 치료전문 의약품에 주력해 온 녹십자 종근당 중외제약 대웅제약 등이
IMF 한파에도 안정된 경영을 보여주고 있음에 비춰볼때 이러한 경향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