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신약은 과연 가능할 것인가.

극심한 불황속에서도 제약업계가 "신약창조"의 신화를 이루기 위해
연구소의 불을 밝히고 있다.

제약회사들이 그동안 쌓아온 기술력과 자신감을 바탕으로 신약개발에 나선
것은 지난 80년대 후반.

회사의 명운을 걸다시피하며 매진해온 결과 이제 그 결실을 눈앞에 두고
있다.

임상시험 결과에 따라 빠르면 올연말이나 내년초께에는 신약 탄생을 지켜볼
수 있으리라는 전망이다.

현재 국산1호 신약에 접근해 있는 후보신약으로는 II상 임상시험(유효성
입증단계)이 진행중이거나 거의 끝나가는 6~7개 제품이 거론된다.

<>SK제약의 제3세대 백금착제 항암제 "선플라-주"(SKI-2053R) <>동아제약
안트라사이클린계 항암제 "디에루비신-주"(DA-125) <>유한양행 간장질환치료
제 "YH-439" <>중외제약 퀴놀론계 항생제 "큐록신-정"(Q-35) <>동화약품
퀴놀론계 항생제 "DW-116" 등이 임상시험 마무리 단계에 있는 제품들.

또 <>동화약품 홀뮴 방사능 간암치료제 "DW-166HC" <>대웅제약 상피세포
성장인자(EGF)성분의 외상치료제 "DWP-401" 등은 최근 II상 임상시험에
돌입한 신약후보들이다.

I상 임상시험(안전성 시험단계)이 진행중인 신약으로는 <>부광약품
혈전침착억제제 "아스파라톤"(BK-111) <>제일제당 퀴놀론계 항균제 "CFC-222"
및 녹농균 백신 <>일양약품 간장질환치료제 "G009" 등이 있다.

이밖에 동물을 대상으로 전임상시험을 진행하는 신약후보물질 가운데에는
<>동아제약 카르바페넴계 항생제 "DA-1211"와 비마약성 진통제 "DA-5018"
<>종근당의 캄토테신계 항암제 "CKD-602" <>중외제약의 질경이 추출 B형간염
치료제 "NP-77A" 등이 유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최근엔 LG생활건강의 퀴놀론계 항균제 "LB-20304a"가 해외임상에서
III상에 돌입, 세계적 신약탄생에 청신호가 켜졌다.

국산 신약 탄생이 현 시점에서 특히 요망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IMF
체제 이후 다국적 제약기업의 국내시장 공략이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국내업체들을 대리생산판매 거점으로 활용해오던 다국적 기업들이 전략을
바꾼것도 신약개발 필요성을 더해주고 있다.

다국적 기업들은 최근 라이선싱 계약이 만료되는 품목을 회수해가거나
신제품 및 원료 공급을 거의 중단하고 있는 실정이다.

외국 제약사가 신규로 국내 제약사에 라이선싱하는 건수도 갈수록 뜸해지고
있다.

게다가 다국적 제약기업은 국내 제약사와 제휴해 운영해오던 영업 및 제품
보급망을 직접 구축하거나 전문물류회사에 위탁할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그동안 국내시장방어를 위한 마지막 보루로 여겨지던 수입완제
의약품의 보험약가 등재도 전면 실시될 예정인데다 다국적 제약기업의 공격적
인수합병도 쉼없이 진행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재 II상 임상시험이 진행중인 과제들은 약효의 안전성과
유효성면에서 탁월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그나마 안도감을 준다.

그러나 국내 신약개발 전략을 놓고 반드시 긍정적인 의견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첫째 유망분야에 대한 집중연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현재 유망한 신약후보물질들은 항암제 항균제 분야에 편중돼 있다.

이들 신물질은 시장성이 밝지 못하고 출발도 기존 외국 신약을 개선한
정도에 불과하다는 소리도 들린다.

따라서 당뇨병 심장병 뇌졸중 골다공증 치매 등 보다 유망한 분야로
신약개발 역량을 집중해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정된 자금 기술력 인력 노하우를 고려한다면 기업별로 강점을 가진
분야에 집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둘째 정부는 백화점식 연구개발 지원을 지양하고 연구의 경직성을 유연하게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2005년까지 3백30개 신약개발과제에 총5천7백55억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고 이중 정부가 2천9백2억원을 지원해야 한다고 신약개발연구조합측은
주장하고 있다.

한 과제당 17억4천3백만원정도 소요되는 셈이다.

예전에 비하면 크게 증액된게 사실이지만 환율상승분을 고려하면 당초
계획된 연구를 진행하는데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지원과제수를 줄이고 그 대신 유망핵심과제에 자금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예산집행에 있어서는 급박한 일정, 지나친 행정절차 및 행정간섭으로
연구의 경직성이 나타나고 있다.

신속한 행정처리로 물꼬를 열어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

셋째 개량신약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다.

지금까지는 자금력과 연구인력이 부족하므로 단기간에 결실을 볼수 있는
개량신약(기존 약에서 제형 흡수율 복용법 등을 개선한 약)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게 중론이었다.

그러나 비아그라처럼 원천신약(새로운 화학구조식을 가진 최초로 개발된
단일성분의 신약) 개발없이는 "신화창조"가 요원하기 때문에 앞으로는
산학연 공동연구, 기초연구의 아웃소싱을 통해 연구능력을 보충하는 가운데
한걸음씩 거대 신약개발에 다가서야 한다는 주장이 대세를 이뤄가고 있다.

업계와 정부의 금고가 헐렁해진 어려운 시기지만 신약개발의 고삐를 늦추면
영원히 제약선진국에 진입할수 없다.

강도높은 구조조정속에도 국내기업들이 연구개발 투자를 크게 축소하지 않은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 아닐수 없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