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시절 3년은 한 생애에 있어 "잠깐"이다.

그 짧은 3년의 인연은 그러나 만날 때마다 동심으로 돌아가는 마력으로
작용한다.

동창회 모임은 황혼기까지 계속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만나면 술로 지새는 동창회, 남을 헐뜯고 자기과시하는 그런 동창회도
있는 게 사실이다.

서울사대부고 21회 동창회는 그런 일반적 동창회와 조금 다른 색깔을 갖고
있다.

대부분 산을 좋아해 몇번 함께 산행을 했다.

그것이 "산사랑 모임"이라는 동호회로 발전하게 됐다.

우리 모임은 지난 92년 9월 첫 산행을 한 이래 매달 산에 오르고 있다.

올해 9월까지 모두 73회 산행을 기록했다.

단 한 번도 거르지 않았다는데 자부심을 갖는다.

친구가 보고 싶어지면 매월 둘째주 주말에 산사랑모임을 찾으면 된다는
믿음이 생길 정도다.

우리는 매년 5월 서울사대부고 총동창회가 여는 등산대회에 참가한다.

또 봄과 가을에 2~3차례 원정산행을 나간다.

출신교가 남녀공학이라서 여자 동문이 참여하는 것도 재미를 더한다.

그 남편들도 거의 준 동문이 될 정도로 우리들과 가깝게 지낸다.

회원은 모두 50여명.

산행을 할 때마다 항상 20명이상은 참여한다.

이렇듯 꾸준한 모임이 된데는 정희섭 초대회장((주)부동산써브 이사)과
이영재 2대회장(대호산업 대표)의 힘이 컸다.

또 연락업무를 6년째 성실히 해 온 안희태 총무(대한유도회 사무국장)도
빼놓을 수 없다.

김상덕 약사, 박해동 용우통상 대표, 홍현숙 동문의 부지런함도 한몫했다.

우리 동문은 모두 자기 분야에서 나름대로 입지를 구축한 사람으로 평가
받고 있다.

산행에 나서면 항상 달변으로 재미있는 얘기보따리를 풀어 놓는 박종만
치과원장, 해양환경 전문가인 노부호 환경부 부이사관, 북한전문가인 이서항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김동윤 아주대 정보통신대학장, 김영수 LG전자 상무
등이 그 면면들이다.

괴짜들도 많다.

함흥정(정형외과 원장) 동문은 암벽등반을 즐기고 사교댄스에도 일가견을
갖고 있다.

원용국(세무사)씨는 히말라야를 등정한 알피니스트다.

이런 동문들 때문에 우리는 학창시절을 회고할 겨를이 없다.

요즘 살아가는 모습과 세상돌아가는 얘기 하기에도 마냥 즐겁고 또 시간이
부족할 지경이기 때문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