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치료에서 가장 두려운 점은 다른 부위로 암이 전이되는 것이다.
암환자중 거의 절반 이상이 초기에 암종을 수술로 제거했음에도 전이에
의해 2차 암이 발생하고 있다.
원인은 암세포가 너무 작아 발견되지도 않고 제거하기도 힘들며 초기 암종
제거후에도 대부분 다른 부위로 전이해 암세포가 급속히 자라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있었는데 미국 포크만 박사팀은
암이 전이될 때 새로운 혈관이 급속히 자라나는 것을 밝혀냈다.
신혈관 형성은 암세포뿐만 아니라 배발생이나 상처가 아물 때와 같은
특수한 경우 또는 류머티즘 만성염증 건선 당뇨병성망막증 등의 병리현상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암세포는 직경 1~2mm 크기에 이를 때까지는 주위에서 영양분을 흡수해
성장하지만 그 이상으로 크려면 새로운 혈관을 만들어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받아야 한다.
포크만 박사팀은 폐암에 걸린 쥐의 소변과 혈장에서 암의 전이를 억제하는
물질인 "앤지오스태틴"을 발견했다.
이 물질은 인체내에 흔한 단백질의 일부 단편으로서 구조학적으로 많이
연구돼왔던 "링글"(Kringle)부위를 4개 가진 물질로 판명됐다.
동물실험 결과 전립선암 유방암 폐암 섬유육종 백혈병 등에 획기적인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신생혈관억제제로 연구중인 물질은 앤지오스태틴을 포함, 모두 11종에
달하는데 이중 III상 임상(안전성 유효성 발암성 독성 등 종합검토 단계)을
실시중인 것은 두세개로 현재까지는 독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효과는 임상이 끝나는 오는 99년께 알수 있게 될 것이다.
앤지오스태틴은 이런 임상단계에 있는 신혈관억제제 가운데에서도 각별히
주목을 받고 있다.
그 이유는 신혈관형성억제 물질중 인체에 존재하는 물질이며 쥐를 대상으로
한 여러 효력실험에서 탁월한 효과를 나타냈다는 점이다.
또 기존 항암제는 암세포가 내성을 띠고 부작용이 크지만 앤지오스태틴은
내성과 부작용을 유발하지 않고 반복투여가 가능하다.
필자는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연구책임자로 있을 때부터 링글단백질에
대한 연구를 수행했고 최근엔 목암연구소 녹십자종합연구소 충북대 원자력
병원 가톨릭대의대 등이 공동 연구해 앤지오스태틴보다 효과가 뛰어난
"그린스테틴"을 개발했다.
그린스테틴은 링글부위가 3개로 약간의 유전자 변이조작을 통해 더 향상된
신혈관형성 억제효능을 갖게 한 단백질이다.
동물실험결과 그린스테틴은 폐암 피부암 뇌종양 등에서 앤지오스태틴보다
높은 항암효과를 나타냈다.
이어 목암연구소는 정제공정이 어렵다고 알려진 그린스테틴을 대장균을
이용, 순수 국내기술로 정제해 높은 수율을 올리는 경제적 생산공정을
확립했다.
앞으로 1년후 안전성 시험이 끝나는 대로 암환자에 대한 임상실험도 진행할
계획이다.
동물실험결과는 인체실험과 다를 수 있지만 신혈관형성억제제의 가능성을
기대하며 좋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