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7월의 의약분업 전면실시를 앞두고 전문 의약품의 영역설정을 둘러싼
의사와 약사들간의 신경전이 한창이다.

의약품 오남용 방지라는 대의명분에도 부합해야 하고 자신들의 이익도
챙겨야 하기 때문에 갈등이 적잖다.

의사들은 의약품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 내성 및 부작용이 심각하게 나타나는
항생제 부신피질호르몬제(스테로이드) 향정신성의약품 등의 전품목을 의사
처방으로만 구입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반해 약사들은 의사처방이 반드시 필요한 품목을 너무 넓게 설정하면
환자의 경제적 시간적 부담이 크다는 생각이다.

예컨대 감기 두드러기 다래끼 위궤양 설사 피부상처 무좀 등 종전에는
약국에서 쉽게 해결할 수 있었던 질환도 죄다 병원에 가서 처방을 받는다면
환자들의 불편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이때문에 대한약사회는 암피실린 아목사실린 등 1차 범용항생제는 약국에서
임의처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래끼가 나서 1일분의 소염제 항생제를 약국에서 지어먹으면 의료보험
기준으로 2천원의 수가가 나오지만 병원에 가면 최소 7천원까지 수가가
올라간다는 것.

또 외용연고제와 라니티딘 파모티딘 등 소화기궤양치료제도 지금처럼
약국에서 쉽게 구할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GNP에서 의료비지출 비중이 10%를 넘는 미국 유럽 등에서도 의료보험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약사 단독으로 처방 조제가 가능한 일반의약품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는 외국사례도 곁들였다.

그러나 정작 심각한 문제는 의약분업으로 인해 일반인의 의료보험료 추가
부담이 늘고 의보 재정손실이 가속화된다는데 있다.

낮은 의료보험료가 급상승하는 진료비를 따라 잡지 못하고 있는데다
경제불황과 실업자 급증으로 의보재정수입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의약분업마저
실시된다면 의보제도 자체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의약분업으로 연간 5천억원이 의료보험재정에서 추가 지출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럴 경우 가구당 추가부담액은 연 10만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의사들의 원외처방료와 약사들의 조제료가 의보수가에 새로 산정되면서
추가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도 일단 의약분업이 시작되면 지금처럼 항생제 등 전문
의약품을 함부로 살수 없고 중병이면 반드시 병원에 들러 약을 처방받아야 하
므로 경제적 시간적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특히 약국은 적어도 오후 10시가 지나야 문을 닫지만 의원들은 오후 5~7시쯤
문을 닫기 때문에 사소한 질병에도 야간응급실을 운영하는 병원을 찾아야
하는 불편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의약분업이 실시되어야한다는 당위론이 우세하다.

의약분업으로 의약품 오남용이 줄어들 뿐 아니라 약국과 병원간의 가격경쟁,
제약사간의 품질경쟁으로 의료 소비자들은 보다 나은 의약품을 적정가격에
구입할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양봉민 교수는 "고가 의약품을 많이 처방할수록 이윤이
많이 남는 현재와 같은 체계에서는 경제적 동기에 의해 의약품 오남용이
조장될 수밖에 없다"며 "이를 의사 약사가 서로 감시하고 경쟁하는 체제로
바꿔야 오남용이 억제된다"고 말했다.

의료보험재정의 추가부담 문제도 적지 않지만 약물 오남용에 의한 건강
악화라는 보이지 않는 사회적 손실을 줄일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큰 부담이 아니라는 견해다.

어쨌든 많은 이견과 난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만큼은 "처방은
의사에게 조제는 약사에게"를 실현해보자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고 의사
및 약사단체, 보건당국은 말하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