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시계 업체인 로만손(대표 김기문)은 IMF(국제통화기금)관리체제로
들어선 이후 더욱 진가를 발하고 있다.

올 상반기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의 7백80만달러 보다 16%나 늘어난
9백만달러어치에 이르는 등 국산 시계수출의 선봉장역할을 하고 있다.

수출이 전체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7%로 늘어 났다.

로만손이 어려운 여건 가운데서 이처럼 해외로 뻗어 나가고 있는 것은
다른업체와는 달리 지난 10년동안 독자브랜드를 고집하며 월드마케팅을
펼쳐온 결과.

로만손 브랜드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잘 알려져 있다는 것이 회사측의
주장이다.

실제로 로만손은 스위스시계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는 세계고급시계시장에
과감하게 도전, 현재 50여개국에 상표를 등록하고 40여개국에 정기적으로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한국시계는 해외에서 20~30달러수준의 저가제품으로 인식돼
있지만 로만손제품은 고급브랜드 이미지를 심어 60~1백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1국 1바이어"라는 판매방식을 고수, 메이커와 바이어가 공동광고를 펼친
것도 브랜드 이미지제고와 판매 확대에 큰 도움이 됐다는게 김 사장의
분석이다.

각국 바이어들에게 자국내 독점판매권을 주는 대신 매년 판매목표를 제시,
이를 달성하면 광고판촉비 등을 지원하고 그렇지 못하면 바이어를 바꾸는
경영방식이 좋은 성과를 거뒀다.

로만손은 최근 창립 10주년을 맞아 자사브랜드를 시계명품시장의
패션브랜드로 키우기위해 새로운 CIP(기업이미지통합프로그램)를 만들었다.

이 작업에는 중소기업으로선 부담하기 힘든 금액인 50만달러가 투입됐다.

스위스 현지 유명 디자이너 울프강 죤슨씨에게 작업을 맡겨 시계 본고장의
감각을 최대한 살렸다.

김 사장은 이번 CIP작업에서 제품의 부대 악세서리라고 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세트 선물박스 포장지 등 아이템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데
주안점을 뒀다고 말한다.

국내시계의 브랜드 로얄티가 세계시장에서 저평가되는 이유는 제품과 관련
되는 이같은 프로모션 아이템의 질이 떨어지는데서 기인하는 면이 있다는 게
김 사장의 지적이다.

그는 "코카콜라 소니 등의 상표가치는 무려 1백억~2백억달러로 평가된다"며
"브랜드밸류를 높이는 일이 회사를 성장시키는 지름길이라는 판단에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 노웅 기자 woongro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