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추락에 끝이 없다.

지난 8월중에도 산업생산이나 투자 소비지표들의 하락행진은 멈추지 않았다.

정부가 돈을 풀고 금리를 낮추는 등 경기하강에 제동을 걸려고 애쓰지만
제대로 먹혀들질 않고 있는 것.

물론 기술적인 경기선행지수가 지난 4월이후 하락세를 멈추고 횡보를 하고
있다지만 아직은 경기가 바닥을 찍었다고 속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소비를 안한다 =지난달 산업활동 동향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각종
소비지표들이 최악을 기록했다는 것.

우선 내수용 소비재 출하는 작년 같은달보다 29.2% 감소해 지난 85년
통계청이 이 지표를 만들기 시작한 이후 가장 낮은 기록을 나타냈다.

이중에서도 내구소비재 출하는 43.2%나 줄어 감소폭이 컸다.

품목별로는 승용차 출하가 80.5% 감소한 것을 비롯 정수기(-51.3%) 세탁기
(-41.3%) TV(-39.3%) 등 가전제품의 소비가 크게 저조했다.

비내구소비재 중에선 남녀기성복 출하가 43.6% 줄었고 아이스크림(-35.3%)
상업인쇄물(-28.5%) 등도 모두 감소했다.

특히 의약품 출하도 12.8%나 감소해 불황기엔 약도 먹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소비가 안되다보니 생산자 제품출하도 급격히 줄어 작년 같은달보다
16.2%나 감소했다.

이는 지난 68년 통계청이 이 지표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기록
이다.

특히 내수용 출하는 담배를 제외하고는 모든 업종에서 큰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현대자동차 파업과 유난히 길었던 장마 탓에 내수출하는 32%나 줄었다.

이 역시 통계청의 지표작성이후 최악의 기록이다.

<> 사상 최저의 가동률 =물건이 팔리지 않는데 생산이 활발할리 없다.

실제 제조업가동률은 사상 최저라는 불명예스런 기록경신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달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62.9%로 작년 같은달의 80.9%에 비해
18%포인트나 낮아졌다.

통계청이 가동률 지표를 작성하기 시작한 85년이후 가장 저조한 수준이다.

업종별로는 자동차 기계장비 조립금속 등의 가동률이 특히 낮았다.

현대자동차와 만도기계 등 대형 사업장의 파업 때문이다.

기업들이 가동률을 떨어뜨려 생산을 줄이면서 재고는 줄었다.

8월중 생산자 제품재고는 전년동월대비 6.3% 감소했다.

이는 지난 2월이후 재고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 언제쯤 회복될까 =경기회복 시기에 대해선 논란이 많다.

일부에선 연말께부터 경기가 바닥을 치고 상승세를 탈 것으로 본다.

근거는 경기선행종합지수의 급락세가 지난 4월이후 꺾였다는 것.

실제로 경기선행지수의 전년동월비 감소율은 지난 4월 마이너스 3.2%이후
지난달 마이너스 3.3%까지 거의 평행선을 긋고 있다.

따라서 오는 10월이후엔 경기가 추락을 멈추고 바닥탈출을 시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경기선행지수가 더 이상의 하락을 멈추긴 했지만 이를 경기바닥의 신호로
보기엔 이르다는 지적이 많다.

통계청 권오봉 산업동향과장은 "경기선행지수가 최근 횡보를 거듭하는
것은 경기하강세가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이라면서도 "앞으로 이것이
반등 탄력을 받을지, 아니면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지는 좀더 두고봐야 한다"
고 밝혔다.

결국 경기회복 시점은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얼마나 실효성 있게시행돼
앞날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심리가 언제 불식되느냐에 달려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 차병석 기자 chab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