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환란 가능성을 놓고 국책연구소와 민간연구소가 공방을 벌이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KIET)은 29일 "제2의 외환위기 발생 가능성
평가" 보고서에서 "미국 금리인하 등으로 국제외환시장이 안정을 회복한다면
한국에 환란이 재발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진단했다.

이는 김대중 대통령이 28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제2환란은 없다"는 견해를
뒷받침한 것이다.

반면 대우경제연구소는 "99년 외환수급 전망과 외환정책" 보고서에서 환란
재발 가능성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밝혔다.

<> 제2의 환란은 없다 =KIET는 내년에 만기 도래하는 장.단기 외채원금
상환분 5백억달러 가운데 70% 정도가 만기 연장돼 1백50억달러의 외환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비해 외국인직접투자 및 증권투자 1백억달러, 경상수지흑자(외채이자
상환분 포함) 1백90억달러 등 모두 3백억달러에 이르는 종합수지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따라 1백50억달러의 공급 초과분이 생겨 내년말 가용외환보유약은
6백50억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 제2의 환란이 우려된다 =대우경제연구소는 내년 외환수요는 60%의 만기
연장률을 감안할때 3백60억달러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또 외환공급액은 3백4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따라 내년에 유입되는 대부분의 외환은 외채를 갚는데 써야 하며
외채상환이 본격화되는 2000년부터 외환과부족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 시각차 =외채규모와 만기연장률이다.

KIET는 국제통화기금(IMF) 기준에 따른 금융 민간 공공부문 총 차입외채규모
를 1천5백22억달러(7월말 기준)으로 집계했다.

대우경제연구소는 여기에 해외현지법인이 자기신용으로 외국금융기관으로
부터 빌린 차입금 규모가 5백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했다.

또 경상수지에 포함된 외채이자도 실제 지불해야 할 이자중 절반밖에 반영
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함께 두 연구기관이 보는 만기연장률도 각각 70%와 60%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온기운 KIET 동향분석실장은 "국가신인도를 높여 70%대의 만기연장률을
유지해간다면 외환사태는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함정식 대우경제연구소 채권팀장은 "현상황은 빚으로 돈을 갚고 경상수지
흑자로 외환보유액을 쌓는 실정"이라며 "국내자산의 과감한 해외매각을 통해
외국인 직접투자를 늘리는 길이 유일한 외환위기 탈출구"라고 강조했다.

< 유병연 기자 yoob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