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구조개혁에 대해 미국 월가의 분석가들과 주한 미국 경제인들
사이에서 긍정적인 평가들이 이어지고 있다.

경제구조를 개혁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확고하고 기업과 금융부문의 구조
조정이 착실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6일 뉴욕의 아시아 소사이어티에서 열린 "한국의 새로운 비즈니스
환경" 세미나에서 제프리 존스 주한 미국 상공회의소(AMCHAM) 회장은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언론들이 한국의 개혁이행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도
하고 있는 것은 전적으로 이해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했다.

그는 지금 한국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것이 바로 투자적기임을
의미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어 29일 주미 한국상공회의소가 개최한 "한국비즈니스 관행및 기업윤리
의식 제고" 세미나에서도 같은 견해가 나왔다.

스콧 맥도널드 도널드증권 이사는 주제발표를 통해 "한국의 개혁이 월가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내년중에는 국가신용등급이 투자적격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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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 존스 <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회장 >

아시아 외환위기가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한국에 유입된 외국인 직접투자
(FDI) 규모는 1백5억달러에 이른다.

이는 지난 62년부터 96년까지 한국에 들어왔던 외국인 직접투자 전체의
절반을 넘는 수준이다.

미국 기업들이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에 사로잡혀 투자를 멈칫하는
사이에 독일을 필두로 한 유럽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한국에 몰려들고 있다.

벨기에의 한 양조 업체가 한국의 간판기업 중 하나인 OB맥주의 지분 50%를
인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회사가 OB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계약을 마무리 지어갈 무렵 미국의 한
맥주업체가 뒤늦게 투자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때는 이미 지나간 뒤였다.

미국 회사의 책임자는 나에게 어떻게 방법이 없겠느냐고 물어 왔다.

나의 답변은 간단했다.

"미안합니다. 당신의 결정은 너무 늦었습니다"라는 것이었다.

한국을 과거의 잣대로 재는 것은 엄청난 착오다.

"투자"라는 관점에서 볼 때 한국은 짧은 기간 사이에 완전히 새로워진
모습으로 탈바꿈해 가고 있다.

경제 전 분야에서 과거를 탈피하고 새로운 체제로 바꾸는 작업이 전행되고
있다.

보수적이었던 관료 집단에서까지 과거엔 보기 어려웠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외국인에게 부동산 취득을 자유화하는 등 등 투자 관련 규제가 대폭 완화된
것은 기본이다.

외환거래에 대한 규제도 사실상 완전히 없어졌다.

무엇보다도 대통령의 개혁 의지가 확고하다.

의지 만이 아니라, 실제로 많은 개혁조치가 실행됐고 시행속도에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흔히들 한국은 개혁을 하겠다고 발표만 했지 실제로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고들 보고 있지만 이것은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올해 발표된 세계경제 자유지수(Index of Economic Freedom)에서 한국은
24위에 랭크됐다.

독일과 같은 순위였다.

노르웨이 스웨덴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 등 보다도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물론 한국의 개혁이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울 수는 없다.

부분적으로는 완전하지 못한 대목이 없을 수 없다.

한국의 경제적 곤경은 당분간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뒤집어서 보면 외국인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투자 호기가
될 수 있다.

개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적인 고통이 계속된다는
점은 외국투자가들에겐 가장 적합한 순간임을 의미한다.

한국인들이 겪고 있는 경제적 고통은 직접 현지에서 지켜보지 않고는
실상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하다.

그중에서도 실업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사회보장 제도가 충분하게 갖춰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직장을
잃는다고 생각해 보라.

한국의 실업은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직장에 남아 있는 사람들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고통을 겪는 것은
마찬가지다.

순식간에 봉급이 30-40%씩 삭감되는 상황을 누가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겠는가.

이런 일이 지금 한국에서는 지극히 공통적인 현상으로 일어나고 있다.

지난번 현대자동차의 노사 분규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근로자들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다.

해외의 언론들은 별로 좋지않은 시각으로 보도했다.

정부의 개입이 잘못된 것이고 정리해고도 제대로 이루어내지 못했다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정부의 적절한 개입을 통해 자칫 사회불안과 소요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했다고 할 수 있다.

정리해고의 규모가 작았다는 지적이 있지만 규모문제는 차치하고 정리해고의
선례를 만들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한 변화다.

아쉽게도 월 스트리트 저널과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등 서방의 언론은
한국의 이런 상황을 올바로 이해하지 못한 채 기사를 쓰고 있다.

특히 월스트리트저널은 개혁 이행에 있어서 한국정부와 기업 부문을 혼동
하는 실수를 범하고 있다.

한국 정부의 개혁의지는 확고하다.

외환 자유화와 부동산 시장개방 등 몇 가지의 조치 만으로도 한국정부의
개혁의지를 충분하게 확인할 수 있다.

또 집행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정부가 꼼꼼하게 챙기고 있다.

발표된 개혁조치들에 대한 실행도 충실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정부의 구조조정 처방전에 대해 재벌들이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한국의 재벌들이 특별히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다.

미국 같으면 마이크로소프트, IBM, 제너럴일렉트릭 같은 굴지의 기업들이
정부가 이러 저러한 정책을 내놓는다고 해서 순순히 응하겠는가.

한국 재벌들도 마찬가지일 뿐이다.

근로자들에 대한 문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금융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나면 재벌들도 개혁을 거부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치열한 경쟁시대에 살아 남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구조조정을 외면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재벌들 사이에서는 그런 변화가 하나 둘씩 일어나고 있다.

재벌기업들간에 일부 업종을 교환하거나 통합하는 작업이 추진되고 있는게
그 사례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