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정웅 < 대림정보통신 사장 >

영국인은 독일인을 싫어하면서도 물건은 꼭 독일제품을 사서 은근히
자랑한다.

우리도 일본인들을 "저질이다" "약삭빠른 장사꾼이다"라고 비하하면서도
전자제품은 일제를 선호한다.

그동안 경제적인 열등감과 우리의 양반 체면문화, 그리고 식민지 경험이
맞물려 일본을 올바르게 바라볼 수 없었다.

제대로 된 시각은 그 자체가 생산적이다.

일본 대중문화 개방을 앞두고 기업인들도 시대를 앞질러 일본을 파악하고
일본 대중문화와 경쟁하면서 성장할 준비를 해야 할 때다.

기업인이라면 누구나 일본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최근 "나는 일본 문화가 재미있다"(김지룡 저, 명진출판)를 읽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깨닫게 됐다.

이 책은 일본에 대해 접근하는 시각부터 참신하다.

일본 게이오 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하며 대중문화를 매니아 수준으로
섭렵했던 저자는 스포츠 영화 애니메이션 가요 만화 등을 통해 일본을
독특하게 해부한다.

야구로 일본사회의 구조를 분석하고 축구선수 미우라를 통해 일본 천황과
기업문화를 조명할 정도로 다양하고 깊이있는 시각을 제시한다.

아울러 여러가지 실험을 허용하고 흡수할 수 있는 일본사회의 다양성이
매니아들을 낳고, "오타쿠"라고 불리는 이들의 집중적인 에너지가 바로
일본문화의 원동력이었음을 일깨운다.

이 책은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일본문화 상품이 어떻게 탄생하게 됐는지,
그것을 가능하게 한 일본사회의 장점은 무엇인지, 우리가 나아갈 방향은
무엇인지에 대해 풍부한 아이디어와 문제의식을 던져준다.

무엇보다 일본문화를 산업적인 코드로 분석함으로써 우리 문화의 경쟁력
키우기에 생산적인 관점을 제시해 주고 있어 일본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 볼 만한 책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