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난달 29일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연방기금금리를 낮추기로 결정한 것은 세계경제를 위해서 환영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하루짜리 콜금리의 기준이 되는 연방기금금리(FFR)를 연
5.25%로 0.25%포인트 낮춰 인하폭이 기대보다 너무 작았고 재할인률을
그대로 둔 점도 아쉽다.

FRB가 이렇게 신중한 자세를 보임에 따라 한때 뉴욕증시가 폭락세를 보이는
등 이번 금리인하의 파급효과가 그리 크지 않으리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금리인하를 단행함으로써 국제금융시장의 동요를 방관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의지를 말로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줬고, 세계경제를 주도하는
미국이 금리인하에 앞장섬으로써 주요선진국들이 뒤따라 금리를 인하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했다는 점은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이제 남은 과제는 FRB의 추가적인 금리인하외에 주요선진국들의 정책협조
및 외환위기를 겪고 있는 개발도상국들의 철저한 자구노력이다. 우선 미국
정부는 이번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헤지펀드의 파산위기 등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이 여전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추가 금리인하를 적극 고려해야 할
것이다. 또한 내년초 유럽단일통화(EMU)의 출범을 앞둔 독일로서는 오히려
금리를 올려야 할 형편이지만 독일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클뿐만
아니라 때마침 사민당의 집권으로 11%에 달하는 독일실업률을 낮추는 일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라 있는 만큼 금리인하 대열에 동참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일본도 아시아각국에 대한 자금지원을 내용으로 하는 "미야자와 플랜"을
제안했고 미국 워싱턴에서 오는 10월 3일 열리는 선진7개국(G7) 재무장관.
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엔화약세를 막기 위한 정책공조를 다짐하는 공동
성명을 낼 예정이지만 이러한 움직임이 효력을 발휘하자면 일본측의 좀더
과감한 경기부양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여기에 위기당사국의 철저한 자구
노력이 더해져야 함은 물론이다. 특히 제2의 환란에 대한 우려와 구조조정의
진통속에 있는 우리로서는 미국의 금리인하를 위기탈출을 위한 지랫대로
적극 활용해야 하겠다.

비록 당장 대미수출증대 및 국제자본환류를 기대하기에는 금리인하폭이
너무 작다고 하지만 원리금상환부담 경감 및 금리인하 여건조성 등 유리한
상황인 것 만큼은 사실이다. 이점에서 한은이 30일부터 현재 연 8%수준인
환매채(RP)와 통화안정증권 매입금리를 연 7%로 인하하기로 한 것은 적절한
조치였다고 본다.

특히 내년도 한국을 포함한 개도국으로의 외자유입규모가 96년의 3천1백억
달러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1천4백억달러에 그칠 것이라는 국제금융협회(IIF)
의 조심스런 예측에 주목하고 구조조정을 서두르는 등 차별화를 통해 국가
신인도를 회복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