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아시아 경제위기에 갑자기 적극적인 자세로 전환해 주목되고
있다.

아시아 각국에 3백억달러를 지원하겠다는 "미야자와 구상"은 미야자와
자신의 표현대로 "이 지역 경제회생에 일본이 주도적 역할을 떠맡겠다"는
의사로 풀이된다.

아시아 환란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내수경기 부양문제 등을 두고
소극적 태도로 일관해온 그동안의 자세와 확연히 구별되는 변화다.

이같은 일본의 태도변화와 관련해 관심이 가는 부분은 두가지다.

첫째는 그 배경이 무엇이냐 하는 점이고 둘째는 일본이 내놓은 미야자와
플랜이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우선 배경문제는 정치외교적 측면과 경제적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중 정치외교적으로는 아시아 환란이 진행돼온 과정에서 일본에
대해 쏟아진 비난을 누그러뜨리고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을 회복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환란과 관련,일본은 그동안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난을 들어왔다.

환란 자체가 "일본경제의 잘못된 경제정책때문"(로버트 루빈 미재무장관)이
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특히 해외에 내다 팔줄만 알지 사주는데는 인색한 일본시장의 폐쇄성은
환란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아시아 개도국들이 환란을 하루라도 빨리 극복하려면 수출을 늘려야
하는데 그 시장 역할을 해야할 일본이 제노릇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대해 미야자와 대장상도 이번 기자회견에서 "아시아를 지원하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일본은 더이상 아시아 경제위기에 팔짱을 끼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아시아 시장이 완전히 붕괴될 경우 일본기업들의 마당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 제조업체들은 환란이후 수익성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따라서 일본으로서는 아시아 경제위기가 더이상 악화되기 전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할 입장이다.

그러면 일본이 내놓을 아시아회생기금은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이를 당장 가늠하기는 힘들지만 환란을 겪고 있는 국가들이 급한
불을 끄는데는 상당한 도움이 될 전망이다.

무엇보다도 사용처에 제한이 없다는 점이 큰 매력이다.

통상 국제차관은 그 용도 등에 까다로운 조건이 붙게 마련이다.

그런데 미야자와 대장상은 이번 아시아회생기금에 그같은 조건이
따르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 자금이 <>기업들의 구조조정 지원<>사회보장제도 보완<>신용경색
완화 등 어떤 용도로도 사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일본은 아시아회생기금의 첫번째 지원대상으로 한국을 선정할
전망이어서 한국의 사례가 이 기금의 효과를 가늠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수출입은행을 통해 한국기업에 30억달러를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자금은 주로 중소기업과 공기업의 설비 및 운영자금으로
쓰일 전망이다.

이와함께 아시아회생기금은 미국 등 다른 선진국들로 하여금 아시아
지원에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전환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야자와 대장상이 자신의 구상을 선진7개국(G7) 재무장관 회담에서
밝히겠다고 한 것은 이 점을 겨냥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의회에 국제통화기금(IMF)추가출연을 승인토록
설득하는데 일본의 이번 기금창설이 좋은 재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임혁 기자 limhyuck@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