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시장의 큰 손인 워렌 버핏이 지난주 파산위기에 몰린
헤지펀드업체인 롱텀 캐피탈 매니지먼트(LTCM)를 인수하겠다고 제의했다가
거절당한 사실이 알려져 월가의 주목을 끌고 있다.

1일자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버핏이 회장으로 있는 버크셔 헤서웨이는
지난달 23일 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AIG), 골드만삭스 등과 공동으로
LTCM을 2억5천만달러에 매입하겠다고 제의했다는 것.

LTCM의 납입자본금이 약 46억달러이므로 이 제의가 받아들여졌다면 LTCM
주주들은 출자액의 5% 정도만 회수하게 되는 셈이었다.

그러나 LTCM측은 이를 거절하고 그날 바로 뉴욕 연방은행(FRB)의 중재하에
골드만 삭스를 포함한 15개 금융기관들로부터 35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기로
합의했다.

당시 워렌 버핏측은 LTCM을 인수하게 되면 37억5천만달러를 신규출자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자금 2억5천만달러를 포함하면 총 40억달러를 투자하는 셈이다.

이중 30억달러는 버크셔, 7억달러는 AIG, 3억달러는 골드만이 각각
분담키로 돼 있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월가에서는 두가지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하나는 버핏이 30억달러나 투자할 용의가 있었다는 점이다.

즉, 버핏은 LTCM이 갖고 있는 1천억달러 상당의 주식 등 유가증권이
상황만 호전되면 짭짤한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같은 판단의 근거는 "미국의 금리인하 예상"이었던 것으로 관측됐다.

다른 하나는 골드만삭스가 구제금융단에 속해 있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LTCM 인수에 참여했다는 사실이다.

특히 버핏과 골드만 등이 구제금융회의가 열리는 당일에야 LTCM에
인수의향서를 보낸 데에는 시간적으로 LTCM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었던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는 금융계가 그만큼 냉혹하고 치밀한 계산에 의해 움직인다는 점을
새삼 보여주는 사례다.

< 임혁 기자 limhyuc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