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그룹이 일부 업체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합의안"을 도출함에
따라 지난 8월이후 본격화 된 재계의 1차 사업구조조정이 일단 매듭됐다.

5대그룹은 이날 합의안을 바탕으로 오는 11월까지 후속작업을 끝낼 계획
이다.

12월에는 과잉.중복으로 지적받던 업종에서 경쟁력있는 통합회사들이
나타나는 셈이다.

일부에서는 이번 합의안을 놓고 경영주체를 명확히 하지 못한 만큼 "사실상
실패"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재계 관계자들은 5공 시절 국보위도 제대로 하지 못한 기업구조조정
을 기업들이 자율로 성사시켰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고 있다.

1일 오전까지만 해도 5대그룹의 구조조정 협상은 결렬될 분위기였다.

5대그룹 구조조정본부장과 손병두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오후6시까지 10시간
가까이 마라톤 협상을 벌였다.

협상은 LG반도체가 제3의 전문용역기관에 경영주체선정을 맡기자는 새로운
제안을 내면서 급진전됐다.

LG는 전문용역회사가 현대전자와 LG반도체의 기업가치를 실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통합법인의 경영주체를 선정토록 하자고 제안했다.

현대는 처음에는 이 제안에 대해 "현대가 경영권을 갖는다"는 전제하에만
수용할 수 있다고 버텼다.

그러나 반도체에서 "잠정 합의" 수준도 결정되지 않을 경우 기업구조조정이
"실패"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전경련과 타그룹의 설득을 받아들여 최종적으로
합의안에 서명했다.

발전설비의 경우도 절대로 한중에 설비를 넘길 수 없다던 현대가 일단
현대중공업과 한국중공업이 각각 독자적인 경영개선계획을 마련해 전경련에
제출하고 전경련이 이를 채권은행들과 협의한 후 결정키로 함에 따라 타협점
을 찾았다.

구조조정 본부장들은 이날 최종 협상에서 이번에 경영주체를 선정하지
못한 반도체 발전설비 철도차량 등은 주채권은행, 제3평가기관, 전경련 등이
주체가 돼 11월말까지 기업가치 실사 작업을 마치기로 했다.

동시에 인력조정 재무구조개선 기술제휴 계획 등 통합법인의 경영계획도
완결짓기로 했다.

이미 컨소시엄 형태로 통합법인을 세우기로 한 석유화학 항공 등의 경우
에는 전문경영인을 영입하거나 간사회사를 선정해 운영하다 12월께는 지분
조정 등 경영체제를 완결짓기로 했다.

자동차는 기아자동차 3차 국제입찰 결과를 보고 구조조정협상 대상이 될
경우 타업종과 같은 일정으로 협상을 추진키로 했다.

그러니까 모든 업종에서 12월에는 통합법인의 주인이 뽑아져 본격적인
경영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그동안 과잉.중복업종으로 지적받던 7개 업종에서
12월께는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회사가 탄생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의지를
갖고 지원만 하면 기업구조조정은 연내에 성공적으로 매듭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선 이날 "합의안"이 경영주체를 뽑지 못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실패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외부기관의 선정결과에 각 업체가 순순히 승복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예상
도 제기되고 있다.

그럴 경우 구조조정은 원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손병두 전경련부회장은 이날 저녁 정부에 합의안을 들고갔다가
강한 질책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의중이 전달된 만큼 현대측이 양보할 경우 막판에 한 단계 진전된
안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사실상 그룹에서 기업을 떼내는 협상을 이 정도 기간에
끝낸 것만도 의미있다고 봐야 한다"며 "전체 기업구조조정측면에서 본다면
상당한 합의를 이룬 셈"이라고 말했다.

<< 1차 구조조정 7개 업종 합의내용 >>

<>석유화학

-참여업체 : 현대석유화학 삼성종합화학
-합의내용 : .동등지분 통합회사 설립
.전문경영인 영입, 외자유치
.10월부터 양사 기업가치 실사

<>항공

-참여업체 : 삼성항공 대우중공업 현대우주항공
-합의내용 : .동등지분 단일법인 설립
.전문경영인 영입, 외자유치
.10월부터 3개사 기업가치 실사

<>철도차량

-참여업체 : 현대정공 대우중공업 한진중공업
-합의내용 : .단일법인 설립(3사지분합계 60%)
.40%는 은행출자 전환이나 외자유치
.경영주체 및 지분율은 11월30일까지 매킨지가 선정

<>발전설비 및 선박용엔진

< 발전설비 >

-참여업체 : 현대중공업 한국중공업
-합의내용 : 현대와 한중이 각각 독자 경영개선 계획서 만들어 전경련,
주채권은행들이 협의해 경영주체 선정

< 선박용엔진 >

-참여업체 : 현대중 삼성중 대우중 한진중 한국중
-합의내용 : 현대 제외 4사가 단일법인 설립

<>반도체

-참여업체 : 현대전자 LG반도체
-합의내용 : 제3의 전문용역기관이 기업가치 실사후 경영주체 선정

<>정유

-참여업체 : 현대정유 한화에너지
-합의내용 : .현대정유가 한화에너지 인수
.경영개선계획서 제출 완료

<>자동차

-참여업체 : 현대자 대우자 삼성자
-합의내용 : 기아 3차 국제입찰 이후 결정

< 권영설 기자 yskw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