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에 돈이 가게 하려면 헬리콥터를 타고 돈을 뿌리는 수 밖에 없다"

얼마전 한국은행 고위관계자는 이런 비유로 신용경색의 심각성을 나타냈다.

돈을 아무리 풀어도 기업에 돈이 가지 않는 만큼 통화확대주장은 당치도
않다는 점을 설명하면서였다.

한은은 실제 보도자료를 발표하면서까지 정부 등의 통화공급확대와 금리인하
주장에 대해 정면으로 반대하는 입장을 취해왔다.

이런 한은의 태도가 1백80도 돌변했다.

지난 30일과 1일 잇따라 경기부양책을 쏟아냈다.

환매채(RP)금리를 하룻만에 0.9%포인트 떨어뜨렸다.

필요할경우 본원통화를 6조9천억원까지 추가 방출하기로 했다.

마치 "경기부양의 선구자"임을 자임하고 나섰다는 착각까지 들 정도다.

물론 한은의 정책변경이 잘못됐다고 주장하는게 결코 아니다.

어떻게 보면 쌍수를 들어 환영할만한 일이다.

문제는 그 근거다.

명색이 중앙은행이면 정책변경의 근거도 확실해야 한다.

한은은 그 근거로 "미국의 금리인하"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는 근거가 아니라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보름전이나 지금이나 변한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차라리 "경기가 예상보다 심각해져서"라거나, "지난번의 주장은
판단착오"라거나, "정부의 압박에 성의를 표하기 위해서"라고 솔직히 인정
하고 나섰서야 옳다.

독립된 중앙은행이 손바닥뒤집기식으로 정책을 바꾸면 경제정책의 안정성은
유지되지 않는다.

하영춘 < 경제부 기자 hayo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