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 시간을 벌었지만 대타협이 이뤄질 수 있을까"

전국경제인연합회가 1차 사업구조조정 발표를 7일로 연기하면서 재계의
관심이 협상 타결 가능성에 집중되고 있다.

계획 발표 후 1개월간 이견차가 전혀 좁혀지지 않았는데 1주일 시한을
준다고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들은 최종 협상과정에서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확인된
만큼 이번 만큼은 5대그룹이 "묘안"을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선 이번에도 합의안을 내놓지 못할 경우는 금융 공공 노사 등 부문에
비해 기업 구조조정이 지나치게 속도가 늦다는 비판을 5대그룹이 한몸에
떠안게 된다.

또 과잉.중복투자 업종에 대한 조정을 자율에 맡겼는데도 오히려 이를
부채를 덜어내는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금융권으로부터 받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정부는 5대그룹에 대한 부실기업 판정과 이번 구조조정발표를
관련지어 보고 있다.

일부 업종의 경우 즉시 금융지원이 끊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론의 지탄 뿐 아니라 정책상의 불이익도 당하게 된다는 얘기다.

또 시기적으로도 5대그룹이 더 이상 자사의 이익에만 얽매이기가 어렵게
돼있다.

발표일로 잡힌 7일은 마침 김대중(김대중)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방일하는 날이다.

아시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한일협력방안을 도출하려고 출장길에 나선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는" 최악의 선택을 5대그룹은 피하려할 게 분명하다.

여기다 지난 8월 이후 5대그룹의 구조조정을 거중조정해온 김우중
전경련회장이 6일 미국 출장길에서 돌아오면서 "중재안"을 내놓을 경우
협상은 급진전될 수도 있다.

대타협의 가능성이 높지만 반대의 경우도 만만치 않다.

반도체 부문에서 현대나 LG 어느 한쪽의 양보를 기대하기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크게 달라진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7일 발표 땐 오히려 비난만
더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

5대그룹이 6일까지 합의를 못보는 업종이나 사업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방식으로 타율에 의한 구조조정에 맡기기로 합의하는 등 배수진을 치고
있지만 이것도 5대그룹 전부가 합의한 사항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발전설비의 "종속변수"라고 할만한 선박엔진 부문에서는 현대에 맞서
한국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중공업 등이 단일법인을 세우기로 새로운
걸림돌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한치앞을 내다보기 어렵지만 재계는 7일 발표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손병두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각 그룹이 양보할 수 있는 안을 마련해서
만나기로 했다"며 "국민들의 기대를 의식할 때 반드시 합의안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악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렇게 되면 주채권은행과 협의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해 가능성을 일축했다.

< 권영설 기자 yskw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