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단기금리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금융기관들의 자금운용에 비상이
걸렸다.

일부 은행들은 남아도는 단기자금을 투자신탁회사나 종합금융회사에 넣어
두려 하지만 자금운용에 부담을 느낀 이들이 거부하는 일도 생기고 있다.

떼일 것을 우려해 기업대출엔 인색하기 짝이 없다.

2일 금융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RP(환매조건부채권)금리를 내린뒤 콜금리
는 이날 사상최저치인 연 7.05%를 기록했다.

3년만기 무보증 회사채 유통수익율도 연 10.70%까지 떨어져 지난 96년 5월
사상최저치(연 10.40%)를 위협하고 있다.

장단기금리가 이처럼 하락하자 금융기관들은 자금운용처를 찾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하루 1조~2조원씩 한국은행의 통안채나 RP를 샀던 은행들이다.

이들은 RP금리가 연 8%에서 7%대로 떨어지자 수익성이 나빠지고 있다.

정기예금 금리가 연 11%대를 유지하는데 비하면 3~4%포인트의 금리손실을
보고 있는 것이다.

상업 한일 서울 외환은행등 4개 은행들은 종금사 지원을 위해 한은에서
연 8%로 빌렸던 6천3백24억원을 만기(10월16일)가 오지않았는데도 2일
서둘러 갚아버렸다.

게다가 대출금을 꾸준히 회수,굴려야할 여유자금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

예금은행이 9월중 받아들인 저축성 예금은 5조2천9백6억원 늘어났다.

반면 대출은 7천8백14억원 줄었다.

유가증권투자등을 통해 3조1천8백66억원의 자금을 운용했지만 9월 한달동안
만으로도 2조원대의 여유자금이 새로 생겨난 것이다.

그런데도 은행들은 늘어난 돈을 대출하는데는 여전히 몸을 사리고 있다.

떼일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떨쳐버리지 못하고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투신 종금 등 제2금융권에
돈을 맡기려 하고 있다.

지난 1일에만 투신사에 4조1천억원가량의 금융권 단기자금이 유입됐다.

투신사들도 이 돈을 운용할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단기자금을 운용하는 MMF(머니마켓펀드)의 경우 콜 기업어음(CP) 등에
투자하는데 연 7%대의 콜금리로는 종전 수익율(연 10~11%)를 맞춰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단기자금으로 장기물인 회사채를 살 수도 없는 처지다.

금리전망이 불투명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투신업계는 현재 금리가 정책적으로 낮아진 것으로 판단, 이달 중순이후
오를(채권값 하락)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최광휘 대한투신 영업부장은 "금융기관이나 법인들이 거액의 단기자금을
갖고 오지만 금리가 맞지 않아 되돌려 보내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종합금융사들도 은행권 자금을 기피하고 있다.

자체 자금운용도 어려운 마당에 역마진을 무릅쓰고 은행자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종금사 자금담당 임원은 "은행이 자금을 맡길 경우 직접 거절하기 어려워
금리를 낮춰 받고 있다"며 "현재 은행과 종금 증권사간에 자금 떠넘기기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대출을 늘리기위해 금리를 낮췄지만 금융기관들은 대출을 늘리기
보다는 자금운용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

< 정태웅 기자 redael@ 장진모 기자 j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