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년전만 하더라도 히트 상품의 키워드는 "대형.호화.다기능"
이었다.

화려한 디자인에 사용방법을 다 모를만큼 많은 기능을 가진 값비싼
제품이 쇼윈도를 장식했다.

버블 호황기 소비자들은 너나없이 크고 화려한 제품을 찾았다.

그러나 IMF관리체제하 극심한 경기불황은 히트상품의 조건을 1백80도
바꿔 놓았다.

새로운 히트상품 키워드는 "소형.저가.단순"이다.

여기에 복고상품과 역발상제품도 인기를 모으고 있다.

히트 상품 트렌드 변화는 먹거리에서부터 가전제품 컴퓨터 생활용품에
이르기까지 전영역에서 나타난다.

기업들의 상품기획 마케팅도 당연히 이런 트렌드 변화를 따라가고
있다.

고가제품인 PC를 살펴보자.

과거엔 웬만한 PC를 장만하려면 2백만원이상이 들었다.

그러나 요즘엔 1백50만~1백80만원이면 괜찮은 PC를 살수있다.

저가이지만 중앙연산처리장치(CPU) 하드디스크(HDD) 플로피디스크(FDD)
그래픽카드등 기본기능은 손색이 없어 쓰는데 큰 불편이 없다.

PC업체들은 조그다이얼 절전기능 안내표시창 TV수신카드 등 자주 쓰지
않는 기능과 부품을 없애 가격을 낮췄다.

새 컴퓨터보다 훨씬 저렴한 중고컴퓨터를 찾는 사람도 부쩍 늘었다.

중고컴퓨터를 취급하는 PC아울렛 매장은 IMF 와중에도 컴퓨터를
마련하려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가전제품에서도 실속형 상품이 인기다.

화면을 2개로 나눠 2개방송을 동시에 시청할수 있는 PIP(픽처인픽처)
기능이나 와이드화면 시청기능 등을 없애 싸게 파는 단순저가형 TV가
각광을 받고 있다.

세탁기는 사용재질 일부를 스테인리스에서 플라스틱으로 바꾸고
조작부를 간단하게 한 제품이 주력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냉장고는
기계식 제어방식으로 바꿔 가격을 낮춘 모델이 인기다.

삼성전자의 경우 소형TV 비중이 전체 TV매출중 65%로 작년의 50%를
크게 웃돌고 있다.

올드(old)브랜드의 부활도 이런 트렌드와 부합한다.

맛동산과 새우깡, 트리오세제, 페리오치약이 요즘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값이 싸기 때문이다.

한때 퇴출위험에 몰렸던 이들 향수제품은 얇아진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덕에 얇아진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덕에 시장점유율이 1~2위로
오르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아예 발상자체를 바꾼 제품도 나타나고 있다.

냉장칸과 냉동칸 위치를 바꿔 허리를 숙일 필요가 없게 만든 냉장고,
히터가 움직이는 전자레인지, 플립이 위로 올라간 휴대폰, 어른을 위한
초콜릿 등이 그 주인공.

소비자들의 사용불편을 줄인 제품들도 인기상승 추세다.

불황이 계속되고 있는 일본도 사정이 비슷하다.

1만엔자리 양복, 60엔짜리 캔이 나오는 자판기, 기존 제품보다 20%
정도 싸게 만든 혼다의 레저용 미니밴 ''오딧세이'', 캐논의 디지털
카메라 ''익시'' 등은 인기품목 상위에 올라있다.

비결은 역시 소형.단순.저가다.

삼성경제연구소 신현암 선임연구원은 "소득이 줄고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소비패턴으로 바뀌면서 히트 상품 조건도 값이 싸면서도 품질좋은 제품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경기가 호전돼도 이같은 흐름은 변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