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영 산업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니혼게이자이(일본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아시아 경제의 운명을 쥐고 있는 나라는 경제대국 일본"
이라며 "경기회복을 위한 일본의 정책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한국이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일본에 거는 기대는 현실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

이에 앞서 일본쪽에선 비록 공식 외교루트는 아니었지만 오쿠라 주한대사가
강연을 통해 "한.일 자유무역지대 설치"를 전격 제의했다.

이런 분위기로 봐서 김대중대통령 방일을 계기로 양국의 경협이 과거와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전개될지 주목된다.

<> 한.일 경협의 현주소 =전후 최악이라는 일본의 불황에다 한국의 IMF
체제로 양국의 경협관계는 "쇼크"상태다.

특히 교역은 양쪽의 수입감소가 겹쳐 격감하고있다.

올들어 처음으로 한국의 대중국 교역이 대일교역을 앞지른 것은 한.일
무역의 상대적인 침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국의 전반적인 수입감소로 무역역조는 개선되고 있지만 내년에 대일수입
규제(수입선 다변화)가 완전히 풀리면 악화될것이 틀림없다.

상반기중 일본의 대한투자는 늘었지만 지속적일지는 미지수다.

국제경제질서도 양국의 협력증진에 호의적인 상황이 아니다.

아시아의 경제위기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IBRD)
등 미국의 입김을 강력하게 받는 국제기구들에 의해 좌지우지되고있다.

이에 반해 그동안 아시아경제의 기관차역할을 했던 일본은 기진맥진한
상태다.

당연히 한국은 물론 아시아에 대한 일본의 영향력도 현저하게 떨어지고있다.

양국 민간기업의 관계도 예전같지않다.

지난 30년간 "일본을 따라 잡자"는 모토로 사실상 일본식 경영을 거의
답습해온 한국 기업은 IMF체제이후 하나같이 "미국을 본받자"는 쪽으로 돌고
있다.

일본 기업도 구조조정기에 놓여있기는 마찬가지다.

대구 계명대학교 권업 교수는 "종합적으로 보면 양국의 경제적인 유대랄까
협력관계는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가장 침체된 상황이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렇지만 바로 이런 위기상황으로 인해 양국의 경협관계가 과거와 다른
차원으로 전환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산업자원부 오강현 차관보는 "아시아의 경제위기를 계기로 양국이 결국은
"아시아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과거 어느 때보다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터전이 넓어졌다"면서 "이번 대통령 방일이 새로운 협력관계를 여는
이정표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