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열도에 한국 투자붐을 조성하라" 김대중 대통령의 일본방문에 맞춰
대규모 투자유치사절단이 일본으로 건너가 투자유치 활동을 벌인다.

정상회담으로 자연스레 형성된 일본내 우호.협력 분위기를 대한투자로
연결시키자는 전략이다.

박태영 산업자원부 장관을 단장으로 재정경제부 등 7개 관련부처,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등 10개 유관기관 등이 측면에서 지원사격을 펼친다.

이를 바탕으로 80여개 민간기업체들은 그동안 추진해온 투자상담을
마무리짓고 새로운 투자를 유치하게 된다.

투자 상담의 장이 마련되는 곳은 두 군데.

7일에는 도쿄에서, 9일에는 오사카에서 각각 투자 포럼이 열리도록 계획이
잡혔다.

<> 산업.기술 협력관계 구축 =이번 일본 투자유치사절단은 예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일 전망이다.

과거의 미국 유럽 투자유치사절단은 달러화 확보를 목표로 삼았다.

한푼이라도 아쉬운 외화를 유치함으로써 IMF체제를 빨리 벗어나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일본 기업의 아웃소싱을 국내기업에 맡기는 등 양국 기업간
협력체제를 구축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물론 이를 통해 일본자본을 자연스레 유치할 수 있다.

이같은 변화는 일본의 경제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일본은 지금 경기도 침체된데다 동남아국가 외채위기로 인해 상당한 자금이
묶여 있는 상태다.

이런 와중에 외자유치란 사실상 쉽지 않다.

바로 이런 상황논리가 일본 투자포럼의 주안점을 협력관계 구축에 두도록
만들었다.

일본은 지금 노임이나 생산단가로 볼때 아웃소싱 필요성이 어느때보다
높다는게 산업자원부의 판단이다.

동남아 국가들은 기술수준이나 경제적 안정성 차원에서 일본의 아웃소싱
대상이 되기 힘든 상황이다.

따라서 한국은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오영교 산자부 무역정책실장은 "외자유치보다 업체간 협력기반 구축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며 "이번 투자포럼을 통해 일본 업체들이 한국에
대해 가지고 있는 막연한 우려감을 씻어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과거역사에서 묻어나는 불안감, 불안정한 노사관계는 더이상 없다는 확신을
심어주겠다는 계획이다.

실제 일본업체들은 한국에 아웃소싱을 꺼리는 이유로 노조파업에 따른
물품 공급의 불안정성을 꼽고 있다.

<> 투자포럼 진행 =도쿄와 오사카에서 하루씩 열리는 투자포럼의 오전은
한국투자환경에 대한 설명회로 구성됐다.

투자유치사절단장의 기조연설에 이어 산자부와 재경부에서 한국경제와
외국인투자유치제도를 브리핑한다.

이어 마이클 브라운 전 주한 미상공회의소 회장과 노무라 종합연구소
서울지점장이 외국인 시각에서 본 대한투자를 각각 설명하게 된다.

오후엔 제조업과 부동산 등 부문별로 나눠 투자포럼을 진행한다.

한.일 부품산업 및 벤처기업 협력방안, 인천소재 미디어 밸리, 산업단지
공단, 부동산 매물 등이 소개된다.

부문별 투자포럼중에선 부동산과 관광업체 매물이 관심을 끌 전망이다.

재일동포들의 고국 투자를 위해 다양한 메뉴를 갖췄다는 게 산자부의
설명이다.

포럼이 끝나면 개별기업들이 투자상담회를 벌이게 된다.

부동산과 공장매각, 외자유치, 기술도입 등 말그대로 상담보따리를 풀어
놓는 시간이다.

이번 투자사절단에 참여하고 있는 국내기업중 상당수는 이미 협상을
진척시켜 둔 상태여서 풍성한 결실도 예상된다.

이번 투자유치사절단 방일로 한.일간 M&A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사절단에 포함된 M&A전문기관들은 투자포럼때 매물정보를 적극 제공해
M&A상담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이들이 확보하고 있는 국내기업 매물은 상당수에 달해 성사되는 사례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방일을 앞두고 이미 관련정보를 교환하며 협상을 진척시켜 왔기
때문에 M&A가능성은 더욱 높은 상황이다.

투자유치사절단은 이번 방일에서 "가깝고도 먼 이웃"관계를 해소하는
토대도 쌓게 된다.

두 나라는 일본의 대한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민관합동투자촉진협의체"를 구체화하게 된다.

대표적인 민간기업들과 한국의 재경부 산자부, 일본의 대장성 통산성 등이
참여해 대한투자 걸림돌을 제거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는 기구로 탄생시킨다는
계획이다.

< 박기호 기자 khpar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7일자 ).